4분기의 책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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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0

미디어가 점점 더 대다수의 시민들을 관전 평, 품평을 하는 사람들로 만들고 있어요. 댓글을 달고 ARS를 돌리고 시청자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하는 등등이 마치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저 품평을 하는 것에 지나지 않거든요. 의견을 말하는 것이 참여자의 입장이라면 품평은 구경꾼의 언어에요. 우리는 구경꾼의 언어가 마치 의견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습니다. (엄기호, 하지현 - 공부 중독)

2020-10-10

한국의 교육 과정에서 대다수의 학생들은 남의 공부를 구경하는거에요. 우리 어렸을 때 경험만 따져봐도 반 이상은 선생님이 가르치는 것을 구경하는 거였죠. 공부 잘하는 학생이 나와서 문제 풀면 ‘와 쟤 공부 진짜 잘한다’ 구경하고요. 우리한테 공부는 곧 나보다 훨씬 더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 자기가 얼마나 많이 공부했나를 과시하는 걸 구경하는 것이고, 우리도 그것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엄기호, 하지현 - 공부 중독)

2020-10-10

끝으로, 나는 미국에 지적인 여성이 과연 있을까라는 질문을 받아왔다. 분명히 있을 것이다. 미국 남성들은 정치적으로 무익한 논쟁이나 일삼는 부류들이어서 그들 배후에 어떤 실질적인 지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도저히 미국이 존속할 수 없을 것이다.

😂😂😂 백년 전에 쓰여진 글이라, ‘미국은 천박해 역시 유럽이 그나마 지성이 살아있지’ 하는 작가의 태도부터 글의 구석구석에서 낡은 느낌이 나지만 그래도 위트 하나는 끝내줘서 계속 읽게 된다 ㅋㅋ

2021-12-23

우리가 학교에 가는 것은, ‘적절한 방식으로 질문하면 자기 혼자서는 도달할 수 없는 답의 소재를 알 수 있다’는 것을 배우기 위해서다.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본래, ‘나는···를 할 수 있다’고 하는 능력을 양적으로 확대해가는 것이 아니다. 그게 아니라, ‘나는···를 할 수 없다.’, ‘나는···를 모른다’고 하는 불능의 양태를 적절히 언어화하는 방식을 배우는 것이다.

저는 아무래도 우치다 타츠루를 사랑하는 거 가타요 이렇게 별 거 아니라는 듯 스리슬쩍 좋은 통찰을 쉬운 말로 풀어내는 사람…

2021-12-26

저 멀리 바다와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 여기가 묘지임을 감안하면 바람이 울부짖는 것처럼 들릴 법도 한데 그런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다만 하늘이 회색이고, 얼마 전 내린 비로 대리석 묘석들이 물에 젖어 번들거리고, 어두운 초록색 삼나무들이 어느 때보다 더 검게 보일 뿐이다.

어쩌면 우리가 느낀 것은 슬픔보다 충격에 가까운 지도 모른다. 슬픔은 나중에 둔탁하게 다가왔다. 마치 우리 몸 전체가 단 하나의 근육으로 변해서 안에서부터 짜부러지고 있는 것 같았다. 슬픔의 위치를 시각적으로 알려 주는 검은 얼룩 같은 것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