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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의 순간』이란 책을 절반쯤 읽었는데 재밌다. 책 제목은 사실 알라딘 추천 탭에서 몇 번 봤는데 (오월의봄 출판사의 신간 알림을 받고 있기도 하고) 제목만 봤을 땐 메모에 대한 일상적 에세이 6 메모에 대한 좋은 글귀 인용 3 적당히 교훈적 이야기 1로 이루어져 있을 거 같다는 선입견 때문에 찾아보지도 않다가 논픽션 도서전에서 실물을 처음 펼쳐보고 오? 예상이랑 다른데? 하고 바로 샀다.
여담적 읽기에 요즘 관심이 많다. 장편소설 중간에 개재미없는 풍경 묘사가 20페이지씩 들어가 있을 때 느끼는 아이거언제끝나요 하는 지루함, 하지만 그걸 기어코 버티는 오기, 그런 순간이 생각보다 나에게 긍정적 인상을 남긴다. 작가의 씨잘데기없는 고집을 보는 게 즐겁다. 오히려 너무 재밌고 쉽게 넘어가고 술술 읽히는 책을 요즘 약간 노잼이라고 느낀다.
완성본 책에 다 녹아들지 못한 잔여 텍스트, 책에 몰입하지 못하는 아이거언제끝나요 순간에 독자가 문득 하는 딴생각, 책과 불화하는 경험, 어떻게든 유의미한 정보를 모아두겠다는 아카이빙 강박, 이런 키워드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재밌게 읽을 거 같다. 책을 읽으면서 독서모임을 너무너무 하고 싶어졌다.
오늘의 일기
- 책 정기구독 받는 서점에서 이번 달의 책이 도착했다. 보내달라고 미리 신청했던 한 권과 사장님이 직접 골라서 보내주신 한 권이 왔는데, 놀랍게도 지난주에 알라딘에서 이거 살까 말까 리뷰가 하나도 없지만 궁금한데 살까 말까 망설였던 책이다. 갑자기 사장님에 대한 애정이 샘솟는다. 내일은 명절 인사 문자를 드려야지.
- 지난 주말에 만두 먹다가 입천장을 홀랑 데였는데 생각보다 낫는 속도가 더뎌서 오늘 이비인후과에 다녀왔다. 의사 선생님이 상처 소독을 해주셨다. 따끔합니다 따끔~ 하는데 생각보다 진짜 따끔했다. 다녀와서 일하는 내내 이가탄 광고의 두통 치통 생리통 포즈를 참을 수 없었다. 아.. 아파여.
- 3개월 수습 통과를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오늘 받았다. 새 회사에 들어온지 벌써 3개월이 지났다.
- 독서 모임용 책을 읽고 있다. 책이 난해할까봐 걱정 반 기대 반 했는데 웬걸, 어지간한 웹소설보다 도파민 터지는 세계문학이다. 근데 왜 나는 책이 잘 읽힌다는 사실에 실망하고 있을까? 내면의 나와 화해가 잘 되지 않는다..
효능감의 도파민. 자신감과 즐거움을 쉽게 가져다주는 AI. 힘든 건 내가 할게 과실은 인간이 누리렴. 하지만 나는 그 힘듦이야말로 내가 나를 가치 있다 여기던 정수였음을 깨닫는다. 인간을 위하는 척하지 마 넌 지금 나에게서 아주 중요한 걸 뺏어가고 있어. 마치 연말에 독서 정산하면서 올해는 40권 50권 읽었다고 블로그에 쓰고 사람들이 우와 책 정말 많이 읽으셨네요 감탄하는데 나는 왠지 거짓말하는 기분이 들고 내 머릿속에 남는 건 무슨 말인지 1도 이해 못한 두 권인데 사실 그 두 권만이 진짜였다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 도전하는 즐거움. 불가능해 보이지만 며칠씩 붙잡고 끙끙 앓는 즐거움. 그러다 마침내 일부분 해결했을 때 누리는 기쁨. 그 모든 것이 ‘이거 클로드한테 물어봤는데 진짜 잘해주더라 너도 이거 한번 써봐’로 대체될 때 나는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가?
세상 소식에 뒤쳐지는 건 두렵지 않다 하지만 세상 소식을 쫓아가는 친구가 내 주변에 아무도 없게 되는 건 무섭다.. 나는 맛집 정보 알려주는 친구도 재밌는 밈 알려주는 친구도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그들에게 무엇을 제공하는 사람일 수 있을까
‘급진적으로 존재하기’에서 시각장애인 천문학자가 음향화 기술을 활용해 다시 연구에 복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문득 장애인들에게 최근의 AI 기술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삶에 변화가 생겼다고 느낄지. 이조차도 장애인들은 피해 갔다고 느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