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의 책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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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7 이 책은 정말… 구급키트처럼 집에 한 권 두고 필요할 때 들춰봐야 하는 그런 내용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이 가장 어려울 때 곁에 있어주지 않는다는 것은 언뜻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정신질환은 신체적인 질환과 다르다. 정신병 증상이 나타나는 와중에는 자기 행동과 말과 생각과 감정을 항상 이해하거나 기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때 가족이나 친구가 곁에 있으면 도움이 되기보다 오히려 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금쪽같은 내새끼』 프로그램에서 오은영 박사님이 하시는 말씀들이랑 결이 비슷하다. 조용하고 차분하고 간결하게 말하기, 한 번에 하나만 가르치기, 체계와 질서 만들기 등등. 책에서도 종종 어린이를 대하는 상황을 예시로 들고 있고.

망각이나 환각을 앓은 사람에게 그건 현실이 아니니까 정신 차리라고 말하는 건 백해무익하다. 본인에겐 아주 생생한 경험이기 때문에 그럴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스스로는 그 경험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물어보는 게 맞다..

자살을 시사하는 징후와 예방 방법, 적절한 리액션 가이드를 쭉 써놓고 마지막에 “아무런 경고 징후 없이 일어나는 자살도 있다. 이때 주위에서 취할 수 있는 예방책은 없다.” 고 마무리하는 게.. 보호자의 정신 건강에 대한 방어선을 만들어주는듯 느껴져서 묘하게 위안이 된다.

2021-07-17

좋은 여성서사란 여성독자가 작품 속 사소한 곳에서라도 자기 자신을 읽을 수 있는 이야기 (여자력)

2021-07-18 당신 엄마 맞아? (앨리슨 백델)

내 오만이 부끄럽다. 사실은 오만을 부끄러워하는 것도 보다 다듬어진 다른 차원의 오만에 불과하다.

내 어머니에게서 받지 못한 것이 있다. 결핍과 감각과 공백이 있다. 하지만 그 대신 어머니는 내게 다른 것을 주셨다. 아마도, 훨씬 더 값진 것. 그녀는 내게 출구를 주었다.

2021-08-01 여배 한일전에 열광하느라 요 얘기를 안했는데 어제부터 점자 공부 시작함 아직 실수가 많지만 그래두 이제 기본적인 점역은 할 줄 알아! 이거 연습하려고 그리드 노트도 새로 샀다구

이제 겨우 자음 모음 복모음 다 외우고 왔는데 약자가 너무 많다 꺅

2021-08-01 『퀴어돌로지』를 지난 주쯤 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쉽사리 동의하기 힘든 문장이 많아지고 있다. 내가 레즈비언 당사자가 아니고 얼로섹슈얼 조차 아니기 때문에 다 이해하지 못하는 영역이 분명 있겠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글이 생각보다 주관적인 느낌.

레퍼런스 인용이 많길래 논문처럼 엄격하고 적확한 문장을 기대했는데 글쓴 분의 주관과 바람이 투영된 듯한 곳들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그래도 내 시야를 열어주는 주장들도 섞여 있어서,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글은 좋은 글이지 하고 넘기다 버추얼 레즈비언 파트에서 다시 멈췄다.

팬덤 내에서 팬들이 서로 우애 깊어지는 모습이 ‘버추얼 레즈비언’적이라니, 돌덕이자 헤테로 에이스인 전 조금도 이걸 레즈비언적이라 생각해 본 적 없는데요.. 이러한 자기 감상을 자기 안에 간직만 하는 것과, 글로 남김으로서 글 너머 독자에게 레즈비언 라벨링을 붙이려 시도하는 건 다르지 않나.

2021-08-06 점자 공부 책 만든 분 연식이 제법… 다 노래 가사 같은데 10번 문제는 무슨 노랜지 모르겠어서 검색해 봤더니 S.E.S 노래였다 와우

책 뒷면엔 아예 홍보문구로 태연-들리나요 가사를 점자로 써놓으셨던데 이쯤 되면 사실 케이팝에 꽤 애정이 있으시고 그걸 책에서 은근히 흘리고 있는게 아닐까 ㅋㅋㅋ

문제의 S.E.S 노래 가사를 점자로 쓰기 위한 노력. 빗금 친 곳이 틀린 곳… 쓰는 것도 진빠지고 채점할 때도 눈 빠질 거 같다 한번 멍때리면 어디까지 확인했었는지 놓치기 십상이다 그래도 이제 현대 한글은 점자로 쓸 줄 안다 한글나라 배우는 어린이가 한글 쓰는 속도보다도 느려서 글치..

2021-08-16

인간은, 금전이나 이권이 걸려 있는 일이 아니라면 머리를 사용하지 않았다.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이성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은 지적 노동을 요하는 일이다. 나태는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에 퍽 지식인인 자도 흥미 위주의 사안에서는 감성과 느낌만으로 시시비비를 판정했다.

2021-08-22 책이 첫 장부터 심상치 않다 (로베르트 발저 - 벤야멘타 하인학교)

지금은 “안녕하십니까, 원장 선생님”이라는 말을 아무 거리낌 없이 외칠 정도로 잘 훈련되어 있다. 하지만 그 당시에 나는 몸을 낮추고 굽실거리는 듯한 그런 태도를 증오했었고,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도 잘 알지 못했다. 그때는 우스꽝스럽고 어리석게만 여겨졌던 것이 지금은 멋지고 훌륭해 보인다.

우리는 하나하나씩 이해해 나간다. 그리고 우리가 무언가를 이해하게 되면 그땐 그것이, 말하자면 우리를 소유하게 된다. 우리가 그것을 소유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겉보기에는 우리가 우리 것으로 만들었던 그것이 우리를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 최근에 로판 장르 웹소설을 너무 읽은 나머지 ‘하인학교’라는 설정은 참 로판 웹소에 걸맞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고
  • 이 책이 학교 도서관에 있어도 절대로 권장도서로 꼽히진 않을 거란 확신이 든다 사춘기 반항아에게 이거만한 땔감이 없을듯

대중, 그것은 현대판 노예다. 그리고 개인은 굉장한 집단 사고의 노예지. 이제 아름답고 훌륭한 것이라고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아름다움과 선함과 정의로움은 꿈에서 찾아야 해.

→ 중학생 때쯤 읽었으면 좀 더 진심으로 뻐렁쳤을듯 ㅋㅋㅋㅋㅋㅋ 지금은 좀 진부하게 웃기다

한 노인이 들어왔다. 아 미안, 기어들어왔다고 해야겠다. 그는 인생의 지혜였다. 그가 내 장화에 입을 맞추려고 내 발 밑으로 기어 왔다. 그리고 난 그 비천한 존재에게 그것을 허락했다. 생각해보라, 경험이라는 그 훌륭하고 고귀한 원칙이 내 발을 핥았다. 이것을 나는 ‘부’라고 부르겠다.

철학자들, 그들은 자기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망쳐놓았는지를 알기나 할까.

ㅋㅋㅋㅋㅋㅋ 아 간만에 가벼운 거 읽으니까 재밌네…..

2021-09-04 오늘 영풍문고 산책을 하다가 좋은 시리즈를 발견했다. 『북저널리즘』이라고 매달 한권씩 나오는 얇은 책 시리즈인데 주제가 다 제법 시류에 맞고 흥미진진하다. 이번 9월의 주제는 “가성비 의료가 양산한 기술자들 - 환자로부터 신뢰받는 의사는 드라마 속 판타지일 뿐인가.”

  • “뉴 룰스 - 일하는 여성을 위한 새로운 규칙”
  • “팬덤 3.0 - 기획하고 양육하고 홍보하는 소비자”
  • “법정에 출석한 인공지능 - 새로운 법적 주체는 등장할까”
  • “비생산적인 생산의 시간 - 그럼에도 나는 영화감독을 꿈꾼다”
  • “사라진 독자를 찾아서 - 대중 소멸의 시대, 저널리즘 비즈니스”

🙃 최곤걸?

2021-09-08 앨리슨 벡델 신작 『초인적 힘의 비밀』 여성 초월 운동?!, 제가 20번째 후원자군요! #텀블벅

2021-09-09 오늘 도착한 8만원치 책택배

  • 히카르두 헤이스가 죽은 해 : 딱히 주제 사라마구를 좋아하진 않지만 페소아 주제로 소설을 썼다면 얘기가 다르므로 구매
  • 북저널리즘 시리즈 : 제일 관심있었던 주제 세 개만 골라서 구매
  • 부디, 얼지 않게끔 : 평범한 직장인이 어느날 변온동물이 된다면? 👀
  • 백세개의 모노로그 : 말그대로 독백 103개 모음집. 서점 놀러갔다가 발견했는데 재밌어 보였음
  • 기차 타고 세계 여행 : 이런 거 하라고 상상력이 있는거 아니겠어요 나는 지금 재택근무 하지만 내 마음은 기차 타고 세계여행한다… 할 수 이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