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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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3 어제의 전주

  • 점심 : 금암소바
  • 카페 : 소프
  • 저녁 : 삼백집
  • 야식 : 치팅데이

오늘의 전주

  • 아침 : 경아분식

아직 영화는 시작도 안함

2025-05-03 오늘의 전주

  • 카페 : 디드, 동영카페
  • 영화 : 마지막 공화당원, 누가 울새를 죽였나
  • 점심 : 가마

이제 저녁 먹으러 간다

2025-05-03 아 저 ‘마지막 공화당원’ GV 게스트 바뀐 거 몰랐어요 난 오늘 김상욱 국회의원 오시는줄 ㅋㅋ ㅋㅋㅋ 기대했는데 아숩

2025-05-03 오늘의 서점 : 책방 카프카. 책 두 권 샀고 곽푸른하늘 씨의 사인 앨범을 만나서 반가웠다. 무기력해서 기절하고 싶은 날 들으면 정말 아름다운 노래를 만드시죠..

2025-05-03 전주 최고 명소인 듯한 모 바를 가려고 남부시장에 왔는데 웨이팅 한 시간째 사람이 빠지지 않음. 근데 그 옆에 있는 서점 굉장히 좋았어서 그냥 이대로 집 가도 나쁘진 않을 거 같어

2025-05-04 오늘의 전주

  • 영화 : 밤이 되면 늑대가 온다, 모래시계 표지판 아래 요양소
  • 카페 : 디드
  • 점심 : 면식당
  • 낮잠 및 독서 : 전주감영
  • 저녁 : 베테랑칼국수
  • 바 : 차가운 새벽
2025-05-04 GV 너무 웃기다 마지막 큐앤에이에서 갑자기 웃참 레벨이 올라감

2025-05-04 전주감영에 드러누워서 읽었던 책 이제 절반쯤 읽었는데 너무 아름다워요. ‘상호감염의 미학’ 부제도 끝내줘

2025-05-05 밥은 사실 아무래도 상관없고 편의점에서 삼김 먹어도 되는 사람과 간만에 오전 시간이 비는 만큼 반드시 오픈런으로 가야만 밥 먹을 수 있는 최고의 웨이팅 효율 맛집을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사람의 여행

그와중에 일정 전체의 음식 메뉴가 겹치면 안 된다는 조건까지 있어서 메뉴 선정이 점점 산으로 가고 있음 아점으로 갈비집 오픈런을 하재서 ? 하고 친구를 바라보기

2025-05-05 오늘의 전주

  • 점심 : 백수의 찬
  • 간식 : 진심어묵
  • 차 : 교동다원
  • 저녁 : 삼백집
  • 영화 : 집에 살던 새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2025-05-05 찻집에 갔는데 옆 테이블에 앉은 분이 자기가 그간 겪어온 하나님과의 관계 변화를 인스타에 만화로 그려 올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친구한테 하길래 오 그러시군요 그런 장르도 있군요 했는데 그림은 어떻게 그려? 라는 친구의 질문에 AI 돌리고 채색만 자기가 조정한다고 답하는 걸 듣고 어리둥절해짐

그런⋯ 남들 보기엔 의미 없어도 나 자신에게는 의미가 큰 작업을 AI에 위탁하기도 하는 거예요? 아니면 아이디어는 여전히 본인에게서 나왔으니 AI는 그저 도구의 역할을 했을 뿐 위탁이 아니라고 보신 걸까? 맞춤법 교정 프로그램이나 편집 툴처럼?

2025-05-05 오늘 갔던 찻집: 차는 무척 맛있었고 한옥 분위기도 좋았지만 노키즈존이었고 (심지어 어린이 손님 앞에서 대놓고 저희는 중학생부터 받는다고 하심) 오늘 갔던 국밥집: 비건과는 일억 광년의 거리가 있지만 여행동안 간 밥집 중에 디지털 취약층에 대한 배려와 휠체어 접근성이 가장 좋음

2025-05-06 친구랑 밥 먹으면서 요즘은 엄마를 가해자로 자기를 피해자로 둔 구도 안에서만 자기 주장을 할 수 있는 딸래미가 너무 많아서 이제 한번쯤은 딸래미를 가해자로 고발하는 엄마의 영화가 나와줘야 한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2025-05-07 뒤늦게 쓰는 전주국제영화제 후기

마지막 공화당원: 아 다큐 잘 만든다~~ 이번에 봤던 영화 중에 가장 상업적인 재미나 완성도가 좋았다. 소재 자체도 흥미롭지만 감독 본인의 위트가 있어서 완급 조절을 잘하신다고 느꼈음.

진보/보수라는 건 일정 부분 타고나는 게 있겠지. 이 영화 주인공인 애덤 킨징거 의원의 어린 시절 비디오를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저렇게 어렸을 때부터 우파 미학을 사랑하고 로널드 레이건을 사랑하는 정치 오타쿠면⋯ 공화당 가야지 뭐 어쩌겠어?

내가 타고난 성향과 퀴어성과 여성 썸띵이 저를 좌파에 발 걸치게 만들 듯이 (후천적으로 배우고 학습한 면도 있지만, 타고난 것이 많은 영향을 미치듯이) 저 사람은 저걸 타고난 거야 가부장과 미국과 나라 사랑 법과 수호를 타고난겨⋯ 타고난 걸 우짬⋯

임신 중절에 반대하고 보수적 가치를 사랑하고, 애초에 원래는 트럼프를 지지해서 공화당에 있었던 킨징거 의원과 그걸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감독은 (감독은 본인이 좌파라고 밝힘) 아마 서로의 어떤 면을 영영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는 성립했다는 게 묘한 느낌을 준단 말이지

결정 한번 자기 소신껏 내렸다가 친구 다 잃고 살해협박 받고 친척 중에서도 저주한다고 인터뷰하는 사람이 나오고⋯ 제일 충격적이었던 건 ‘나는 기도한다 하나님의 분노가 당신의 가정과 당신의 머리 위에 닿기를 진실로 기도한다’는 멘트의 익명 전화였음 정말 진실로 그런 걸 기도하는 거야

‘냉소주의에 빠지지 않기’ ‘완전히 모르는 타인을 위해 목숨을 건 경험이 어떻게 사람을 바꾸지 않겠느냐?’

누가 울새를 죽였나: 이번 영화제에서 이 영화 봐서 정말 다행이라고 느꼈다. 뭐랄까⋯ 미래를 꿈꾸기 위해선 일단 현재의 생존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자본주의가 얼마나 그지 같은지 톺아보고 비판하려면 일단 오늘 먹을 밥과 덮고 잘 이불은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이 영화의 배경은 ‘한때’ 광산으로 흥했으나 지금은 아무것도 남지 않은, 조금이라도 여유 있는 사람은 다 떠났고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은, 일자리도 없고 공동체도 없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지역이고 주인공은 변변한 보호자조차 없음 이때 사람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일자리가 없는데 어떡?해요? 술 먹는 거 외에 뭘 할 수 있어요? 술 한 잔 사 주는 위로 외에 뭘 건넬 수 있어요? 변변한 보호자를 둔 덕에 주인공보다 쪼끔 더 나은 환경에 있는 친구가 주인공한테 맥주 한 잔 사주는 게 이 영화 마지막 씬인데 이걸 위안 삼아야 할지 더 비통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음

광산이 다시 들어설 수도 있다는 희망고문 같은 말에 (정작 광산이 있던 시절은 소문으로만 듣고 자란) 주인공이 굉장히 설레 하면서 그럼 노조도 살아날까요? 하는데 정말 미칠 거 같음 노조가 있고 광산이 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게 그때의 풍요로움 때문인지 활기 때문인지 외로움 때문인지⋯

약자가 약자를 할퀴게 만드는 잔인함이 너무 생생한 영화라 주인공이 기타 치는 장면에서 같이 울었음 근데 그 눈물에 대해 영화는 어떤 희망도 말해주지 않음 술이나 한 잔 줄 뿐⋯

밤이 되면 늑대가 온다: 약간 열받는데⋯ 열받는 포인트가 너무 명확했기 때문에 GV 때 1번으로 손 들고 질문했고 (이게 분명 가족 영화였는데 마지막에 아버지 혼자 말 타고 다시 몽골의 자연으로 달려나가는 엔딩 너무 올드하지 않나? 를 돌려물음) 답이 아주 만족스럽진 않았다

물론 기계적으로 그 자리를 엄마로 대체한다고 괜찮아지는 건 아닙니다 그랬어야 한다는 얘기도 아니고 하지만 그걸 빼고서라도 영화가⋯ 사막화 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 나머지 그거 외에 드러낼 수 있는 부분을 다 생략해 버렸다는 느낌이 있어요. 별로 재밌진 않았음.

하지만 GV 시간에 ‘혹시 감독의 차기작 계획이 이미 정해졌느냐 아직 계획이 없다면 내가 새로운 촬영지를 추천하고 싶다 바로 한국의 제주인데’ 를 말하던 아저씨는 좀 웃겼음 갑작스런 제주 홍보 시간

모래시계 표지판 아래 요양소: 퍼펫 애니메이션이라는 말만 듣고 오 애니메이션! 하고 예매했는데 정말 당황스러웠다. 줄거리 이해가 안 되는 건 그러려니 할 수 있는데 (이미지만 괜찮다면 상관없음) 어째서 이걸 만드는 데 19년이나 걸리셨다는 건지 그점이 가장 미스테리임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느낀 점

  • 기괴한 크리처를 정말 사랑하시는구나
  • 여체의 다리와 구두 신은 발도 정말 사랑하시는구나
  • 감독이 쌍둥이 형제랬는데 그럼 둘 다 이런 걸 좋아하는 거야? 그것도 참 대단한데
  • 이런 영화야말로 GV가 붙어서 이게 당췌 뭔지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집에 살던 새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이 영화 풀네임 기억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쓸 때마다 새로 검색하고 있다. ‘집에 있던 새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로도 찾고 ‘집에 살던 새는 다 어디로 갔을까’로도 찾고⋯ 이거 꽤 괜찮았습니다. 닭에 대한 이야기고 동물권을 다룬다는 것만 알고 갔는데

우선 감독이 영화 스크린 안에 전혀 등장하지 않는 게 다큐멘터리 문법에선 좀 새롭다고 느꼈음. 보통 카메라 잡은 사람이 인터뷰이에게 질문 던지는 목소리 정도는 오디오에 잡히기 마련인데? 이 영화에선 감독의 존재가 단 한 순간도 스크린 안으로 들어오지 않은 채 영화가 진행되는 게 인상적이고

채식 vs 육식, 내지는 동물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 등의 ‘동물권’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문제를 엮어 하나의 이야기로 만드는 솜씨가 좋다고 느꼈음. 개인적으로 오프닝 시퀀스와 강아지 키우는 여성 장애인 분 인터뷰가 정말정말 좋았다.

이 얘기 한 30분 더 해주면 좋겠는데 딱 한 시간으로 끝나서 아쉬웠고, 중간중간에 닭에 대한 민화 애니메이션 넣어주는 것도 너무 귀여웠다. 이미지를 잘 활용한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영화 끝나고 찾아보니까 이게 전시의 일부를 영화로 만든 건가 보더라구요?

그리고 이 전시회 + 영화를 기획한 작가가 서점 구경하면서 샀던 책의 공저자 중 한 명인 걸 알게 돼서 그것도 반가웠다는 이야기~~

후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