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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05 나 드디어 ‘메릴 스트립 프로젝트’ 본다 몇 년 전에 후원했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왜 나한텐 모든 게 복잡한 거예요? 그냥 트위터에서 당신 영화 얘기하고 여자들이 얼마나 당신 보며 침 흘리는지에 대한 얘기하고 리트윗 많이 되면 모두가 행복한데, 대체 왜?

저는 사실 메릴 스트립 영화 지금도 잘 모르고 봇 계정도 몰랐고 그냥 텀블벅 돌아다니다가 우왕 이거 재밌겠다 하고 후원했던 사람인데. 감독님은 생각보다 메릴 스트립 진성 덕후에서 출발했더라구요. 막 맘마미아 상영회 열고 댄싱퀸 보면서 춤추고 울고⋯ 그간 없었던 새로운 동질감을 느낌(!)

메릴은 영화 안에서의 연기도 영화 외부에서의 활동도 너무 완-벽한 사람이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아이콘’이 될 수 있지 않았나. 아이콘 되기에 대한 생각. 아이콘이었기 때문에 감독님의 첫 목표점이 되었으나 동시에 아이콘이었기 때문에 동등하게 닿지는 못했던 게 아이러니하고.

감독님은 메릴에게 자기 다큐를 딱 두 시간 보여주고 싶을 뿐인데 일이 그렇게 흘러가질 않는다. 메릴과 동등하게 소통하기가 너무너무 어려움. 전화 연결음 나올 때마다 내 속이 다 울렁거림 하염없는 희망고문.. 메릴 스트립은 저~~ 위에 있는 사람이고 나는 거기에 닿을 수 없다는 실감이 계속 들고

메릴에게 닿기 위해 이렇게 이메일 문장을 열심히 다듬고 영어로 말을 잘해야 하는 것도 약간 슬펐다,, 나는 나를 설명하기 위해 나를 다듬어야 한다는 것이 참,, 그리고 살아있는 제나 목소리 처음 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감격함 ㅠ ㅠㅠ

텀블벅에서 후원 받고 드디어 미국 갔는데 하필 터진 코로나. 흘러가는 시간. 자신의 어떤 것을 선택해 해외로 떠나는 친구들. 격해지는 인종 차별과 BLM 운동. 퀴어 페미니즘 인종 문제 등을 녹여 나름 시기적절한 영화를 내 템포에 맞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회가 훨씬 빨리 급변해 버릴 때

아시안 여자인 내가 창작자로서 지녀야 할 태도는 뭐지? 내가 투쟁해야 할 사람인지 안 투쟁할 사람인지. 왜 나한텐 모든 게 이렇게 어려운가? 메릴은 이걸 보면 관심을 보여줄 것이라는 확신 하나만 갖고 달려왔는데 가면 갈수록 목표가 무엇이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되고.

1시간 45분동안 보여지는 메릴 스트립의 각종 영화들, 감독님이 촬영한 듯한 지난 몇 년간의 여성 의제 시위 현장, 이 영화의 갈 길을 고민하는 모습들이 그냥 한 덩어리로 어떤 삶의 궤적 같았다. 나는 대체 뭘 해야 되는지 머리 터지게 고민하는데 세상은 내가 고민하는 템포대로 흘러가지 않고⋯.

이게 ‘우리 메릴 스트립 만나러 가는 영화 찍을 거예요!’ 했을 때는 되게 귀엽고 재밌는 아이디어, 정말로 만나면 어떻게 될까? 궁금했는데 실제로 메릴을 만나기 위해 하염없이 전화하고 메일 보내고 “아니 미국 사는 애들은 그냥 공항 가다가 메릴 만나기도 하던데 난 왜 그런 기회가 안 생기지”로

한숨 쉬는 과정이 점점 쌓이면서 나도 문득 메릴을 만난다는 아이디어에 의문을 품게 됨. 메릴을 만나면 뭐가 될까? 우리 존재를 당신이 대변해 줬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당신은 그런 movement의 아이콘이니까? 감독의 목표는 둘째치고 이 영화를 후원하며 감독을 응원했던 나의 바람은 무엇이었나?

아이콘을 쫓아 어떤 목표를 세우고 달렸지만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는 실패했고 하지만 지금에 도달했다 내 주변 사람들이 바뀌었고 이 영화를 본 관객에게도 뭔가가 닿았다.. 친구랑 둘이 해변에 앉아서 너 아니면 여기까지 못 왔다는 말을 하는 것도 그렇게 들렸다. 메릴은 이제 중요하지 않지.

한번 앞에 나선 사람에게 ‘계속 그 주제로 발언해 주세요! 저기 앞열에 서서 아이콘이 되어주세요!’ 하는 게 개인이 짊어지기엔 너무 큰 부담이라는 생각이 보는 내내 들었고 (영화 내에서도 언급되고) 그런 의미에선.. 너무 깊은 의미 부여 하지 않고 오타쿠의 완덕 영화로 봐도 괜찮을 거 같다.

2025-04-13 아니 나 데이비드 아슐레타를 아메리칸 아이돌 이후로 찾아보지 않아서 몰랐는데 커밍아웃을 하셨구나

17년 전 앨범 들으면서 추억팔이 하다가 3주 전에 나온 신곡 뮤비를 틀었는데 장르가 확 바뀌어서 깜짝 놀랐다

행복해 보이셔서 좋구만요

오 코멘트 철회 좀 더 성실한 응원을 해야 될 거 같다 퀴어 아티스트로서의 데이비드 아슐레타 꽤 멋진걸

2025-04-14 좋아하는 팟캐스트에서 들었던 얘기 중에 제주북페어 행사에서 탈락한 출판사들끼리 모여서 이게 실패일 리 없어! 저기가 뭔데 나를 실패로 규정하나! 하면서 제주북페일(fail) 행사 열었다는 게 생각난다

탈락도 락이다!!!

2025-04-15 오늘만큼 무인 키오스크가 반가웠던 적이 없다 이디야 직원 분한테 저기 혹시.. 그 콜라보.. 라고 말 꺼내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야

2025-04-27 영화 ‘플로우’ 봤다 실사라곤 한 장면도 안 나오고 대사도 한 줄 없는 한시간 반이 이렇게까지 스펙터클할 일입니까? 나 진짜 심장 졸이면서 봤어 너무 무서웠어

왜 사람들이 종교적인 영화라고 했는지 이제 이해했다 굉장히 종교적이네요 동물들의 연대가 참 좋고 마음 따수운데 동시에 이 영화가 어느 누구도 ‘얘는 나쁜 선택을 했으니까’ 하면서 징벌하진 않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납작하게 다가가진 않는다는 게

고양이는 철저히 고양이의 행동을 하고 개는 철저히 개의 행동을 하고, 거기에는 선악의 개념이 있을 수 없고 (이렇게 되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은 보는 ‘사람’의 몫이고) 동물들끼리는 그런 걸 따지지 않는 게, 그런데도 이런저런 연대가 형성되는 게 너무 아름다운 영화였고

심지어 마지막에 고래 나올 땐 그 연대가 아주 넓어지잖아요 고래는 고양이에게 있어 같이 연대할 동물이기보다는 자기 시야로 다 이해할 수 없는 절대자 자연에 가까울 것인데.. 뭘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는데도 곁에 있어주는 그 씬이 정말 너무너무야 흑흑

2025-05-17 탐라에서 디지몬 언급을 보고 디지몬은 역시 테이머즈가 짱이었지 그리고 드라고몬이 부르는 소리 에피는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거야.. 하며 추억 쫓아 구글 검색을 했는데 테이머즈와 드라고몬 에피의 각본가가 동일 인물임을 알게 됨. 그리고 그의 각본 데뷔작이 시리얼 익스페리먼츠 레인인 것도.

And you don’t seem to understand ~

2025-05-18 장송의 프리렌 드디어 본다 남들 다 볼 때는 혼자 멍 때리고 있다가 아 그래도 타네자키 아츠미 씨 목소리는 들어야지 그건 안 들을 수 없는데 하고 미루기를 거진 일 년 이제야 틀었다~~

점심 먹으며 틀었다가 저녁 먹으면서 다 봤습니다

첫인상: 기술을 특정 집단이 독점하지 않고 지방 소멸 문제가 없고 세상의 변화에 실시간으로 발 맞추지 않아도 먹고 살 수단이 충분하고 모두가 ‘계승’을 쫓는 사회는 참 다정하구나 그리고 이거 기독교 쪽에서 왜 좋아했는지 잘 알겠다 천국 얘기를 몇 번 하는 거임

중간중간의 인상: 힘멜 이자식 어필 제법 잘했잖냐⋯ 백 년도 못 사는 나는 어제 트친한테 들은 얘기도 24시간만에 다 까먹었는데 천 년 단위로 사는 프리렌한테 얼마나 필사적으로 어필했길래 회상하는 컷씬이 매번 얼짱 각도에 샤랄라 풍경 깔고 뭔가 멋진 말을 하고 있는 거임⋯

결론: 하루종일 논스탑으로 tva 26화 분량을 봤는데 이걸로 끝이 아니라는 게 열받는다 아~~~ 저는 완결난 만화인줄 알았는데요~~~

2025-05-18 타네자키 아츠미 씨는 왜 이렇게 조용조용한 여성 마법사 캐가 잘 어울리시는 걸까요. 가끔 이분이 책 낭독하는 오디오북 같은 거 내주시면 정말 아무 생각없이 살 거 같다는 상상을 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마법사의 신부 톤이 제일 좋음.

2025-06-08 작년에 못 봤던 ‘노 베어스’ 재개봉했대서 오늘 영화관에서 봤는데 와 이거⋯

아니 이게 갓 개봉한 영화는 아니라지만 그걸 감안해도 트위터에 가벼운 감상평이 너무 안 나오는 거예요 다들 봤다는 말만 하고 뭐가 이랬다는 말이 없어서 의아했는데 보고 나니 나도 똑같이 입다물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