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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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01 비건을 막 시작하는 사람이 자기가 속한 커뮤니티에서 행여 소외되진 않을까 (주변에 너무 수고를 끼치는 게 아닐까, 유난스러운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에 대해 ‘일단 그런 마음을 처음 느껴보시는 거라면 당신은 특권층입니다’라고 심플하게 얘기하는 문장을 보고 😃아! 상태가 됨

사교적 편안함을 중단하고 편의를 요청하는 것은 장애인들이 항상 해야만 했던 일이다. 친구들이 가고 싶어하는 식당에 경사로가 없어서 거기에 가려면 누군가가 자신을 들고 옮겨줘야 하는 데도 갈 것인가?

나는 사회적으로 편안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에 얼마나 큰 가치를 부여하는가? 그리고 사회적으로 책임있게 행동하는 것에 얼마나 큰 가치를 부여하는가?

그러게요 그건 왜 그렇게까지 중요한 걸까..

2025-02-02

뭐가 달라지겠어

새로 나온 책이 뭐 있나

새로 개봉한 영화가 뭐 있나

더듬더듬 검색하겠지

좋아하는 가수 콘서트 티켓값이 모자라

발을 동동 구르며

음료수를 벌컥벌컥 들이켜겠지

쪼글쪼글 희끗희끗하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김개미, ‘나란 할머니’ 부분, ‘미지의 아이’(문학동네, 2021)

2025-02-08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국에 가서 우리를 파괴하는 게 죄책감이나 막연한 분노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건, 우리가 아주 사라져 버릴 때까지 우릴 갉아먹는 건 수치심이라는 거야.

당신 이 일에 엄청 시간을 썼어. 그런데 지금 봐봐. 여태 이 얘기를 해 왔잖아. 그리고 얘기는 얼마든지 더 할 수 있어 - 그런데 자네가 지금 있는 그 자리에 대해서는 무엇을 할 건가 말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린 노티지 - 스웨트

2025-02-18

인천공학 정규직은 좋은 일자리다. 왜 좋은 일자리인가? 왜 다른 일자리를 그럴 수 없는가? 공기업이 우리 사회에서 좋은 일자리라는 게 어떤 의미인가? 펜으로 진입하는 안온한 세계와 나머지 허허벌판으로 구성된 이 체제는 지속 가능한가? 너무 많은 울타리 밖 동료 시민을 배제하지는 않는가?

전혜원 -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2025-02-21

우리는 서로의 불행에 끌리고, 그 불행은 우리를 깔때기처럼 서로 끌어 내리죠. 그 깔때기 밑으로 떨어진 우리는 앉아서 수군거려요. 해변에 비가 내릴 때면 어땠는지 기억해? 노를 저을 때면 어땠는지, 바다가 빗물보다 따뜻할 때 어땠는지? 크림을 얹은 바나나는 기억해?

올가 라븐 - 디 임플로이

2025-02-23

내가 가 봤다면 훌륭한 곳이다. 즉 글로벌 투어리즘(세계 관광)은 일종의 권위다.

웹에 기초한 환경에서 ‘읽기’는 저술, 출판, 배포, 마케팅을 가로지른다. ‘트위터 피드’는 일종의 출판인가? 아니면 저술인가? 아니면 ‘구독’하는 독자가 ‘견인한’ 배포인가? 그것은 일종의 조합으로 볼 수 있으며, 이런 실천 방법들 사이의 경계는 저술과 출판이 시간상으로 구분되고 서로 다른 개체인 책보다 덜 경직돼 있다.

무섭도록 쇄도하는 언어는 기억상실증을 유발한다. 고로 이 언어는 기억에 남는 글이 아니다. 정체가 새로운 움직임이다. 이제 글은 편재하는 진부화와 현전이 동시에 발생하는, 즉 역동적이나 안정적인 상태에 놓인다. 하나의 생태 체계에서 글은 재활용되고, 용도 변경되고, 재생된다. 되새김질이 새로운 창조성이 된다. 창조 대신 우리는 조작과 용도 변경을 영광으로 생각하고 사랑하며 수용한다.

케네스 골드스미스 - 문예 비창작

2025-03-02

어느 날 오후 보스턴의 한 회의에서 나는 청중석에서 일어나 나의 자매들에게 남성혐오를 중단하자고 촉구했다. 우리가 비난해야 하는 것은 남자가 아니라 문화 일반이라고 나는 말했다. 단상에 있던 한 여자가 나를 손가락질하며 날카롭게 외쳤다. “당신은 먹물 수정주의자로군요!” 당신은 먹물 수정주의자라, 유년기 이후로 처음 들어보는 표현이었다. 하룻밤 새 우리는 정치적 올바름과 정치적 그릇됨의 갈림길에 놓인 듯했고, 이데올로기가 도그마를 향해 돌진하는 속도에 나는 몸이 취헝거릴 지경이었다.

비비언 고닉 - 미국 공산주의라는 로맨스

2025-04-07 주말에 깔짝거린 책. 이반 일리치 재밌었음

  • 앙투안 볼로딘, 작가들
  • 담화의 놀이들, 란다 사브리
  • 도피 예찬, 앙리 라보리
  • 타임 셸터,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
  • 전문가들의 사회, 이반 일리치
2025-04-14

심리적 원은 또한 세르반테스의 작품에서도 나타난다. 돈키호테를 치료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은 가장 심하게 존재론적 질환에 걸려 있는 자들이다. 언제나 가장 심하게 병들어 있는 자들이 타인들의 병에 관해 끊임없이 생각한다.

2025-04-14 르네 지라르의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 읽는 중. 조금만 집중력 흐트러지면 문장에서 주르르 미끄러져내리는 내용이라 2장까지 읽고 이거 남들은 어떻게 읽었지 싶어 트위터에 검색해 봤는데 제목 뽕이 하도 세서 실제 이 책에 대한 말보다 책 제목을 가져다 쓴 포타 썰이 더 많이 보임 ㅋㅋㅋㅋ

2025-04-23 우분투북스에서 받은 이번달+다음달 책. 책 구독 신청할 때 관심 주제로 중세랑 종교 써냈어서 맞춰서 보내주신듯 (내가 종교를 믿는다X 믿을 것이다X 최근에 성경 구절로 마법 빔 쏘는 웹소설을 읽었는데 이게 당최 뭐라는 건지 궁금하다O)

  • 일, 창조, 돌봄의 영성
  • 순전한 기독교
  • 중세 몸의 역사
  • 지식의 지도

아직은 약간.. 주입받은 사르카즘이 자꾸 튀어나오면서 헉 이런 제목의 책 보면 일단 비웃어야 한다고 배웠는데; 이런 책을 사다니 대체 무슨 일?? 하고 거부감이 들지만? 편견 안 갖고 내려놓고 읽어볼 예정

2025-05-06

B: 팔구 년 정도 됐나? J가 디자이너로서 지구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만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던 게 생각나. J는 잘 살고 있을까.

S: 사실 난 J의 생각에 동의해. 그렇지만 계속 해보고 싶기도 해. 대학 다닐 때 한 친구가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어. 산을 정말 좋아하는데 건축은 산을 깎아내는 일인 것 같다고. 그때 나는 “그래도 산을 좋아하는 네가 건축을 해서 정말 다행이야.”라고 말했어. 그 말을 이제 나를 향해 돌려놓고 합리화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구글이 광고 덕분에 무료 서비스로 출발했고 페이스북도 광고 덕분에 무료로 시작했죠. 물론 처음에는 귀엽게 봐줄 만했어요. 초창기 구글은 그랬죠. (중략) 이들 행동 수정의 제국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은 이제 급격한 감정의 순환을 겪습니다. (중략) 대안은 시간을 되돌리는 거예요. 대단히 어렵더라도 말이죠. 그리고 결정을 다시 해야 합니다. 다시 한다는 것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첫 번째 의미로는, 형편이 되는 사람들은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실제로 지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검색 비용을 지불하고, SNS 사용료를 지불하는 겁니다. (중략) 때로는 댓가를 지불하면 더 나은 걸 얻게 됩니다.

2025-05-20

근황과 인사 그리고 리원과 한결 얘기도 포함됨

휴가 긴 국가는 대부분 제국주의 주축국이었는데 인건비 낮고 격무하는 곳은 전부 식민지였다는 게 의미심장하지 않나요? 이처럼 내가 누리는 무언가가 수상할 정도로 편리하거나 싸면 우리가 무엇을 착취하고 있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까지 읽고 일단 좋아요 누름

세상은 흑백으로 나뉜 적 없습니다. 더럽게 복잡하다는 것만이 진실입니다. 무언가에 대해 딱 잘라 말할 수 있다, 단죄할 수 있다고 말하는 새끼들을 주의하십시오. 사기꾼입니다.

또한 심력이 남아도는 분이 있다면 저와 함께 합시다. 사기꾼들을 연민합시다. 상처를 이해해보되 폭력은 용납하지 맙시다. 용납하지 않더라도 단죄하자고 같이 돌 던지지 맙시다.

나는 이 글을 리원만 구명하려고 쓴 게 아닙니다. 예외적인 진실이 예술 안에 있고 나는 밧줄 하나 정도 만들 수 있는 사람입니다. 이걸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구해야 합니다.

내 모든 글은 ‘누가 누구에게 정확히 사랑 받았다/못 받았다’ 한 줄로 끝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더 쓰는 게 예술이며, 세상 일 중 ‘굳이’ 하는 일이 가치 있는 겁니다.

독자가 이 글에 무슨 말을 더 얹을까 싶음. 선생님 진짜 글 힘있게 잘 쓰시네요. 멋지다. 가진 재료를 모두 엮어 이런 글을 짤 수 있다는 건 대단한 거 같아요

2025-05-21

이것은 토대 없는 믿음이다. 이성과 의지에 대한, 지금의 질서를 이루는 언어에 대한 근대의 믿음과 마찬가지로 토대 없는 믿음이다. 이성에 대한 근대의 믿음은 종종 확신에 찬 언어로 설파되지만 실은 이성 자체에 대한 앎이 아니라 그 너머를 알지 못하는 인간의 무능력에 기반한 믿음이다.

회의하는 나를 회의해도 여전히 회의하는 나이므로 생각하는 한 나는 존재한다고 믿을 수밖에 없다. 내가 자유로이 판단하고 의지한다고 느끼도록 신이 정해둔 것이라 해도 나는 여전히 자유로이 판단하고 의지한다고 느끼므로 의지를 빼놓고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

그 무능력에 기초한 믿음이 만든 이 세계와는 다른 세계를, 또 다른 토대 없는 믿음에서 출발해 상상해본다. 우리가 소통할 수 있고 그로써 공동의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 그러나 확신의 지위를 참칭하지 않을 어떤 믿음.

2025-06-01

희망을 생각하는 것은 편을 드는 것이다. 존재하는-것에 맞서 아직은-아니지만-아마도-존재할-수-있을-것의 편을 드는 것, 정체성에 대항하여 반-정체성의 편을 드는 것, 우리를 파괴하고 있는 세계에 맞서 우리가 창조하고자 하는 세계의 편을 드는 것, 객체에 맞서 주체의 편을 드는 것이다. 우리는 냉정하고 객관적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에서, 전통적인 학술 담론의 기저에 깔린 거짓말에서 시작하는 것일 것이다.

혁명적 희망에 대한 사고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주체와 객체가 상호 적대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상호 침투에 의해서도 구성된다는 점이다. (⋯) 우리는 우리가 그 안에 살고 있는 세상에 의해 손상된다. 우리는 손상된 주체이다. 우리는 순수한 혁명적 주체가 아니다.

우리는 손상되었지만 아직 파괴되지는 않았다. 희망을 생각한다는 것은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외부에서 오는 힘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내재적 부정을, 그 자신의 내재성을 넘쳐흐르는 부정의 힘을 찾는 것이다. 자신의 손상된 주체성을 절규로, 저항과 반란으로 넘쳐흐르게 하는 부정. 그러면서도 자신의 주체성을 넘쳐흘러, 인식되지 않는 모순으로서, 객체를 관통하는 부정. 우리는 무덤 파는 사람들을 찾고 있다.

2025-06-01 그냥 사서 읽기 시작한 책, 오늘 도착한 도서관 희망신청도서, 오늘 도착한 알라딘 북펀딩

  • 폭풍 다음에 불
  • 기술 봉건주의
  • 오키나와
2025-06-03 이거 너무너무 근래 회사생활의 축약본 같았다.

  • 이번 공습은 불행한 일이지만 : 우리가 좀 망하고 있는 건 사실인데
  • 우리 군이 아무 일도 못 하는 건 아닙니다 : 봐라 그래도 성과는 있다
  • 그런데 말입니다 요즘~ : 니네 왜 뺑이 안 쳐
  • 지금이야말로 군민이~ : 개인 자아 버리라고 했어 안했어

사실 이 마부이 얘기가 궁금해서 책을 샀다. 그리고 6월 23일이 오키나와 종전 기념일인 거 이제 앎

2025-06-07

좋은 정체성 같은 것은 없다. (⋯) 역의 성차별은 여전히 성차별이고, 역의 민족주의는 여전히 민족주의이며, 역의 인종차별은 여전히 인종주의이다. 모든 정체화는 사회적 관계의 흐름을 응고시키는 응고하기이며, 우리를 사회적 관계의 그 흐름에서 빼내는 오인이며 비진리이다.

반정체성주의 정치는 어긋남의 정치이다. (…) 우리는 당신의 범주들을 넘쳐흐르고, 우리는 당신이 생각하는 곳에 있지 않으며, 우리는 당신이 우리를 놓아두었다고 생각하는 곳에 있지 않다. 왜냐하면 당신은 우리를 거기에 놓아두는 데 결코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5-07-03 다른 작곡가들이라면 음악 안에서 ‘나’를 말할 지점에서 ‘우리’를 말하는 게 쇼스타코비치라니 일단 흥미 ON

“그의 음악은 들을 준비가 된 귀를 가진 모든 이를 위한 것이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모두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이라는 화폭에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휘갈겨 쓰는 야만인인지도 몰랐다.” 너무나 생각나는 웹소가 있고 이하생략

그나저나 에른스트 블로흐는 뭐하는 분이길래 요즘 읽는 책들에 인용이 계속 등장하나? 나만 몰랐던 유-명 철학자인 것인가?

2025-07-05

폭력에는 이상하게도 무언가를 끝내려는 힘보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나는 체감을 통해 알고 있다. 폭력은 섹스와 마찬가지로 신체에 직접적으로 호소한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 섹스보다도 생산적이다. 폭력은 증오나 분노처럼 분리되기 어려운 감정을 만들어내면서 인간을 자극한다. 그리고 계속 폭력에 시달리면 자신의 내부에서도 폭력성이 싹을 틔운다. 그 싹이 누구에게, 혹은 무엇에게 향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내 경우에는 바로 자신에게로 향했다.

누군가가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거푸집으로 이미 틀이 짜여진 섹스의 윤곽은 깨지지 않는다.

2025-07-28 만원 이상 책 구매하면 4천원 적립금을 쓰게 해준다는데 이걸 그냥 날리기는 아까워서 문예출판사에서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를 구매함. 막스 뮐러의 ‘독일인의 사랑’이 만원 이상이기만 했다면 이걸 장만할 절호의 기회였을 텐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