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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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
‘리아의 나라’ 읽기 시작. 살 때부터 진짜진짜 재밌을 걸 알고 샀고 실제로 진짜진짜 재밌다. 특히 무당, 굿판 얘기 너무 재밌다. 어떤 문화에선 뇌전증을 앓는 사람이 치료의 대상이 되고 어떤 문화에선 신성의 증거로 여겨져 신뢰를 받는다는 게 흥미롭잖아요. 물론 의료 인력은 매우 고생했겠지만.
약간 이 책(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 생각도 났음. 어떤 문화에선 죽음이 ‘넘을 수 없는 견고한 경계’로 여겨지지만 어떤 곳에선 시체를 미라로 만들어서 몇 년씩 집에 두고 같이 자고 아침 되면 옷도 입혀주고.. 형태가 달라졌을 뿐 여전히 집에 있는 가족으로 여기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몽족 기개가 진짜 대단하다 wow 소리가 절로 나온다 누가 와도 우리를 굴복시킬 순 없다 다 썩 꺼져 정신을 몇 백년이고 지켜냄 ㅋㅋㅋㅋ 간단한 책 소개 : 뇌전증을 앓던 몽족 아이 리아의 치료를 두고 리아의 부모와 미국 의료 체제 사이에 있었던 갈등을 정리한 논픽션 몽족 사람들은 외과 수술을 금기시하고, 아기가 태어나면 태반을 집 앞에 묻어야 아이가 건강하게 자란다고 믿기 때문에 출산이 끝나면 태반을 집에 갖고 가게 해달라고 요청하는데 그 요청을 들어주던 유일한 의사는 사실 본인이 속한 체계 안에선 그리 유능하다고 평가받지 않던 사람인 게. 지금 리아의 부모가 병원 처방 하나도 안 지키고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또 아주 많이 있음) 자기들 방식으로 케어하는 걸 결국 못 두고본 의사들이 아동 학대로 두 사람을 신고해서 양육권 박탈당하는 부분까지 왔음.. 그리고 그 다음 챕터 이름이 ‘정부 소유의 아이’. |
2024-08-26 |
몽족 전통에서 죽음을 미리 거론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기 때문에 의사들이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한다’고 배려의 말을 건넸을 때 리아의 부모는 의사들이 아이를 죽이려 든다고 판단했고 도주를 시도(..)했고 동시에 간호사들의 눈에는 이 부모야말로 아이의 치료를 방해하는 사람들로 보였다. 너무 판타지를 갖고 보면 안 되는데 또 궁금은 해 몸과 마음이 구분되지 않고 의료와 종교가 구분되지 않고 언어와 음악이 구분되지 않는 문화는 어떤 느낌일지 책의 주인공인 리아는 1980년대에 태어났고 이 책이 쓰인 건 90년대고 현재는 이당시보다 훨씬 더 논의도 많이 되고 발전⋯했다고 하는데 왜 우리나라 병원에 외국 난민 어린이가 입원했을 때 비슷한 케어를 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지 |
2024-08-27 |
근데 읽을수록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의사들이 이래저래 잘못 대응한 거였고 지금은 가이드라인이 있으니까 괜찮겠지 <- 이런 결론이 좀처럼 나지 않음 의사들에겐 본인이 아는 지식을 행할 의무가 있잖아요 이 약 당장 안 먹이면 위험해질 걸 아는데 문화를 존중한답시고 약을 안 줄순 없잖아
그것 역시 차별이지 않나?도 생각해 볼만한 문제고, 여전히 남자 어른의 의견을 절대적으로 우선하는 문화권 사람을 대할 때 내 페미니즘 신념 체계를 얼마나 내려놔야 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음.. 내 눈에 학대로 보이면 어떡하죠? 당사자에겐 매일매일이 고민의 순간일 거 같은데 ㅠ 닐과 페기를 비난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 그들은 ‘의사가 해야 한다고 교육 받았던’ 것들을 아주 잘 수행했습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선하고 착한 의사 부부였음 다만 환자를 살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그들의 기본 전제가 일단 몽족과 달랐고 (몽족에겐 ‘혼’이 삶보다 중요하기도 함)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는 ‘환자는 의사 처방을 따를 것이고 의사는 차트를 보고 과학적 분석을 하면 된다’가 이 사례에 전혀 적합하지 않았음,, 약을 시키는대로 먹고 왔는지 아닌지 전혀 알 수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서양식 의료를 진행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