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

Date Tweet
2024-04-13 어제 배송 온 책 중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 읽기 시작했는데 지하철에서 혼자 입이 떡 벌어짐 세상에 이런 퀴어 문학이 있는데 나만 몰랐단 말인가

표제작 다 읽음 미친⋯ 미친 거 아니냐며 이런 책이 있는데 왜 이게 그간 내게 닿지 않았던 것입니까 억울하고 원통하다 물론 지금이라도 이 책을 추천받게 되어 다행이지만

그러니까 제가 그간 읽은 ‘퀴어 문학’ 키워드를 단 소설들은 결국 두 사람의 핑크빛 감정 어드메에서 벗어나지 않은 이야기들이었거든요. 관계를 맺기 위해 장벽과 갈등이 따르고 그걸 헤쳐나가는 이야기들인데 남성-남성 또는 여성-여성의 껍데기를 쓴⋯ 근데 까놓고 말해 그건 나한텐 노잼이야

퀴어 얘기인데 사랑 얘기가 아니면 좋겠어요 하지만 저도 제가 뭘 원하는 건지 정확히는 잘 모르겠네요? 상태였는데 와아아⋯ 이제 저에게 스탠다드가 생겼어요 여기부터 우주선 출발이다 이제

성소수자의 사회적 가시화나 시민권 획득, 동성혼 법제화에 대한 책을 주로 읽는 모임 안에서 주호는 낯선 존재였다. 젠더 다양성이나 해체를 운운하는 주호를 다들 머리로는 이해했으나 가슴으로는 아니었고, 그건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게 힘겹게 받아들인 정체성을 공고히 할 수 있는 경험이지 다시 혼란해지거나 불안해지는 경험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비슷한 삶의 궤적을 그려 온 사람들을 직접 만나야만 느낄 수 있는 위안과 위로, 소속감이 절실했고, 모임은 모든 성별과 정체성을 환영한다는 기조를 내걸기는 했으나 어쨌든 게이 정체성을 핵심 동력으로 삼고 있었으니까.

나의 부족한 언어로 설명하려면 구구절절 한 시간쯤 늘어놓아야 하는 감정을 너무 호로록 정리해서 자 다음! 하고 가시는 거예요 그쵸 다시 혼란해지는 경험⋯ 힘들지⋯ 퀴어 커뮤니티이기 때문에 어려운 점들이 있죠⋯

세번째 단편 『윤광호』를 읽음 지금 책상 부수고 싶음 세상에 이런 미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