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영 작가님의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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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3 김보영 작가님 『역병의 바다』를 오늘 읽기 시작해서 다 읽음. B6 규격 (아마도?) 150 페이지면 금방 읽죠 그리고 함박웃음 크게 지음

다 읽고 표지를 다시 보니 짜릿하네요

내친 김에 하나를 더 읽기 시작. 김보영 작가님의 『진화 신화』. 나라에 오랫동안 가뭄이 들자~ 로 첫 문장 스타트를 끊으며 전근대 왕조 분위기와 함께 선비 같은 말투 써 놓고 주인공을 진료하는 의사가 갑자기 ‘아시다시피 후천적인 형질은 유전되지 않습니다’ 같은 멘트를 치기 시작

‘백성의 마음이 메마르니 어찌 하늘 또한 메마르지 않겠습니까.’ 같은 전형적인 사극 신하 대사 쳐 놓고 다음 페이지에서 ‘전하께서도 아시다시피 비가 오려면 기압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를 읊어주는 이 담대함이 너무 웃김

독서 타임 최고

2024-04-04 코인 빨래방에 빨래를 왕창 돌려 놓고 김보영 작가님의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를 다 읽음

‘이 글을 다 쓰고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으면 제대로 쓴 것이 아니다’는 말이 너무 촌철살인이라 뼈가 아픔 하지만 이 소설은 제대로 쓴 것이었습니다. 로맨스를 제대로 쓴다면 나 스스로가 변한다라..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는 힘과 경지가 존경스럽다는 생각밖엔.

그리고 아무래도 장소가 장소인지라 캥님의 런드리 룸이 생각 나는데 그 글은 성공적이었어요 사람을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이야기였어

2024-04-05
  1. 코인 빨래방에서 운동화를 빨아본 게 처음인데 여섯 켤레 중 하나만 유독 안 마름⋯ 혼자 습기를 다 흡수하신 거 같음 30분쯤 더 돌려도 썩해결되지 않아서 일단 들고 올라옴 안 해본 걸 도전하기란 늘 부담스러운 일이다 암만 사소한 거여도
  2. 남한테 별 관심 없고 로맨스엔 더더욱 관심 없는 편인데 책을 읽고 있을 땐 남한테도 사랑에도 관심이 좀 생겨서.. 그게 내가 가장 쉽게 인간다워지는 방법이라 책 읽는 취미를 소중히 한다는 생각이 듬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는 다짐과 함께
2024-04-05 김보영 작가님의 스텔라 오딧세이 트릴로지의 두 번째 책 『당신에게 가고 있어』를 읽기 시작. 사실 어제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를 읽으면서, 남주가 굉장히 평범하고 때론 못난 구석도 있는 거 같은데 어쩌다 이런 세기의 사랑을 만났을까 궁금했거든요. 근데 두 번째 책 첫 장 읽고 바로 이해 완료.

저런 순간에 저런 말을 해 준 사람이면⋯ 그래.

아니 이 여주 너무 사랑스러운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불순분자들이나 좋아하는 인권이나 노동권 같은 말을 하고 있대. 이제 그런 말은 다 조롱거리가 되었지.

어디 가나 적자생존 같은 말이 돌아. 다들 진화생물학도 정말 좋아하고⋯. 강한 자가 더 갖고 약한 자가 덜 갖는 것은 당연하다는 식의 말을 자주 해. 그러면서 우리 같은 무임승차자의 권리를 빼앗는 것으로 정당한 승객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다고 해.

마음이 캄캄해지는 날이면 당신을 생각해.

어떻게 이런 사랑이 있을까? 아연한 동시에 아 로맨스를 쓰는 작가는 적어도 사랑의 존재와 힘을 진심으로 믿어야 하는구나 하는 깨달음이 옴 저는 과연 진심으로 믿고 있는 걸까요

나는 내가 동반자로 택한 사람의 동반자며, 내가 짝으로 택한 사람의 짝이며, 내가 일생 사랑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의 연인이야.

나는 그런 사람이야. 그러니까 나는 강해.

잘 봐. 내 사랑, 내가 뭘 하는지.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잘 봐.

도대체 이런 확신 느껴본 게.. 바스러지지 않는 영원이 있다고 믿어본 게 언제적인지..

하지만 적어도 쓰는 사람은 바스러지지 않는 영원이 있다고 믿어야 읽는 사람도 오.. 그런가 하고 희망을 얻게 되는 구조일까요 일단 저한텐 너무 끝내주는 로맨스였으며 사랑은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고..

2024-04-06 미래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는 설정의 소설을 읽으면서 바로 그 생각이 들긴 했음 저 여행에 드는 경비, 여유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만이 시간여행을 떠날 테고 현재를 지탱하는 건 가난하고 여유 없는 사람들뿐이겠구나

미래는 분명 더 나아져 있을 거라고, 이런 엉망진창 사회가 아닐 거라고 생각하며 계속 미래로 향하는데, 사실은 미래를 현재보다 더 낫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미래가 더 나은 곳이 되는 거니까⋯

2024-04-07

성하는 허공에 누워 항법사의 말을 떠올렸다. 이곳은 다른 차원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다른 규칙과 다른 궤도에 의해 움직이는 세계일지도 모른다. 시간과 공간은 같은 것이다. 시간을 거치지 않고 그 누구도 공간을 이동하지 못한다. 공간을 이동하는 사람은 누구나 시간을 흘려보낸다. 그가 살았던 세계는 이미 어느 차원에서인가 소멸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고 조용히 잠을 청했다.

세 번째 책이 찐이네요 우리집 책장에 우주가 꽂혀 있었는데 내가 그걸 몰라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