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SF를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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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7

타인을 읽는 행위는 그 자체로 인용이고 받아쓰기다. 나는 다른 이들의 이야기로 나를 고치고 깁고 늘리며 살았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장소의 풍경을 알고 있듯이, 나는 내가 살아보지 않은 삶을 안다. 연결된 텍스트가 늘어날수록 나는 다채롭고 거대한 모자이크가 된다.

자신의 그림자가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때 로는 경쾌하게, 때로는 완만하게 현재를 맛볼 것. 종종 낯선 책을 들여다보며 당신의 책에 담길 이야기를 고치고 깁고 늘릴 것. 가끔 숨을 내쉬며 서로를 확인할 것.

지하철에서 읽다가 함박웃음 지었잖아 너무 취향이라⋯ 행복햐요

2024-03-18

글을 쓰는 게 뭐가 힘들어요. 쓰지 못하는 것이 힘들죠.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그게 제일 고통스러웠어요. 학교와 직장을 다닐 때도 글을 못 쓰니 힘들었고, 글이 돈이 안 됐을 때는 다른 일을 하느라 힘들었고, 집안에 일이 생기면 그 일에 매여 있느라 힘들었지요. 내 시간이 온전히 내 시간이면 좋죠. 많은 사람이 그러기를 바라지만 삶이 그렇지가 않잖아요. 정말 많은 작가들이 생계를 위해 겸업을 하고 있고요. 육아하는 분ㄷ을은 아이가 어린이집 간 사이에 글을 쓰고, 아이가 돌아오면 다시 일상을 해야 하죠. 제 생각에는 일상을 사는 게 힘들지, 창작의 고통은 그에 비하면 대단하지 않아요.

오늘 읽던 책에서 진짜 찡하게 눈물 솟는 파트가 많았는데 그 중 침대에 누운 지금 갑자기 생각난 건 이거. 일상을 사는 게 힘들지 창작의 고통은 대단한 게 아니다…..

읽고 쓰는 시간만큼 값진 게 없어 그걸로만 삶을 채울 수 있다면 정말 더할 나위가 없었겠지⋯.

2024-03-20

Q.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대표로 취임하실 때는 토끼 인형이 참석을 대신했는데요. 귀신 들린 인형으로 유명한 ‘애나벨’에서 이름을 따와 ‘듀나벨’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듀나벨에세 일을 시켜야겠다고 하신 것도 기억이 나요. 듀나벨이 애나벨처럼 살아 움직인다면 무슨 일을 시키고 싶나요?

A. 원고요. 당연한 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4-03-20

비평이 필요한 이유는 여럿 있지만, 특히 제가 불편하다고 느끼는 점이 있어요. 누가 공을 들여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면 그 궤적을 정리해 줄 사람이 필요해요. 일반 독자들이 작가의 과거 작품까지 살펴볼 의무는 없잖아요. 하지만 평론가, 비평가는 작가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정리하고 풀어 쓰는 사람이고요. 작품을 전문적으로 살피는 사람은 누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쭉 보겠죠. 그런 관찰이 있는지 없는지는 큰 차이가 있어요. 업계가 형성되려면 관찰과 기록이 꼭 필요해요.

사실 평론가가 하는 일을 저도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는데. 다들 평론가를 별점 매기는 사람인줄 아는 거 같다고 비웃는 트윗은 봤지만 그.. 그럼 뭘 하는데? 라고 했을 때 팟 떠오르는 답이 없었거든요. 궤적을 정리해 주는 사람, 이 사람의 좌표가 어디인지 말해주는 사람이라고 하니까 좀 와닿음.

2024-03-20

Q. SF가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어떤 장르든 100권을 읽어야 마음에 쏙 드는 세 권 정도를 고를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완전히 취향인 세 권을 만나실 수 있길요.

어떤 장르든 백 권은 읽어야 마음에 드는 세 권을 찾을 수 있다뇨… 잔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