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라이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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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1 맞아 어떤 영화는 너무 뚜렷하게 ‘이거 못 만들었어!!!’ 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이 영화가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주 타겟층이 내가 아니라서 뭐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음’에서 나아가지 못하는 영화들이 있지 전 미나리도 그랬습니다 객관보편적 감상을 남기기엔 내가 전문성 뿜뿜 씨네필이 아냐⋯

아예 낯선 이야기면 오, 낯선 나라, 하고 볼 텐데 나도 애매하게 발 걸치고 있는 아시안 가부장제 K장녀 이야기를 나랑 다른 시선으로 해 버리면 자꾸 날것의 가시가 솟는다고 “야 나도 그거 좀 아는데 그거 아니지 않냐?? 나이브하다??”

그 중 어디까지가 포용해야 할 다름이고 어디부터가 비판할 만한 지점인지 짚는 방법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디아스포라 컨텐츠는 매번 복잡한 마음과 약간의 화를 안고 보게 됨

2024-03-11 ‘패스트 라이브즈’를 봤다

평은 좋은데 나랑은 결이 안 맞는 영화를 보고 나면 이건 대체 누구의 시선으로 세상을 그렸길래 이렇게나 어긋날까가 궁금한데 너무 매끄럽게 마음에 들어오는 영화를 보고 나니 반대로 이건 어떤 가공을 거쳤길래 이런 결이 됐을까가 궁금하다

두 사람의 한국어 대사가 네이티브가 듣기엔 상당히 내적 비명을 일으키는 게 많은데 (로맨스 영화를 너무 오랜만에 본 것도 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대사 전체가 왐마야.. 싶음) 한쪽은 한국어가 서툴고 한쪽은 한국어가 서툰 상대에게 맞추고 있어서 이런 투박하고 노골적인 언어가 되는 거 같고

언어를 활용하는 측면에선 ‘헤어질 결심’ 생각이 많이 났으며 줄거리 측면에선 ‘냉정과 열정 사이’를 안 떠올릴 수가 없음. 저도 한때 에쿠니 가오리 키즈였거든요 너무 오랜만에 그 영화 OST 가 생각이 나고 ㅋㅋㅋㅋ

‘내가 선택한 인생’의 무게가 참 무겁다는 생각을 했음. 내가 선택한 게 아니면 좀 마음 힘들 땐 남 원망도 하면서 버틸 텐데 아⋯ 이걸 선택한 게 나네? 떠난 것도 나고 상처준 것도 나고 보내주는 것도 나야 실은 나도 울고 싶은데 징징거릴 사람이 없다⋯ 마지막 장면은 그래서 좀 애잔했고 0310 유태오 배우의 힘이 너무 강력해 프레임에 잡히기만 해도 두근거려 제법 평화롭고 단란한 가정인데 그냥 그 배우가 등장하기만 해도 팝콘을 찾게 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서 씨 당신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