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카타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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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8 |
만화 다 읽었어요
에이섹슈얼 코드가 가미되는 순간 창작물을 나랑 독립된 이야기로 보지 못하는 게 슬퍼요 그냥 거리 좀 두고 보고 싶은데 자꾸 딴생각을 하게 됨
상대가 “나, 강간하는 변태 같았어.” 라고 했을 때 당사자 친구가 ”나도 피해자인 척하고 싶지 않아.“ 라고 생각하는 게 정말⋯ 넘기기 힘든 페이지였는데. 성범죄가 너무 만연한 세상에 이런 말을 하는 게 조심스럽지만 ‘Rape is not sex’ 너머의 이야기가 많이 필요하다고 느끼거든요. 강간⋯은 아니었지. 자신을 피해자로 호명하고 싶지 않다는 말도 너무 이해되고. 하지만 어쨌든 폭력적인 섹스이긴 했단 말예요. 그건 아무리 두 사람이 상호 합의를 한다 해도 없어지지 않는 부분이라 이 폭력을 안전하게 지속적으로 이어갈 방법은 둘 다 계속 고민해야 됨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젊은 애한테 장난치는 거 같아서 자극이 된다“는 대사는 저한테 경종을 울렸는데 ㅋㅋㅋ 뭐랄까… 이건 결국 만화다 보니 에이섹슈얼 정체성이 있는 친구가 상당히 금욕적인 외모, 슬렌더 체형으로 조형이 돼서 저 대사에 찰떡인 친구로 그려지는데 저런 애처로운 이미지의 캐가 아니었음 처음부터 불가능한 이야기였을까? 결국은 상대의 정체성을 본인의 꼴포(ㅋㅋ)로 삼고 있는 게 아닌가? 관계의 ‘괜찮지 않은 부분들’을 사랑의 힘으로 견디고 극복하는 건 로맨스 장르의 제 1법칙인데 내가 또 창작물과 거리두기를 못해서 이런 생각을?
저도 이걸 비판점으로 삼기는 좀 애매하더라구요. 그럼 뭐⋯ 에이섹슈얼을 다룰 땐 전부 사회비판 다큐를 만들어야 한다는 건가? 어차피 환상을 기반으로 하는 장르인데? 헤테로 로맨스라 한들 그 장르 규칙에 헤테로들이 전원 동의한 건 아닐 테고 BL도 게이들 동의 받고 만들어지는 장르가 아닌데 이렇게까지 교정(?)을 할 필요가 있나 싶다가도 아니 그치만 가시화도 제대로 안 됐는데 동인판에서 꼴포로 소비되는 일은 하루이틀 본 게 아닌걸! 에서 내면 자아와 합의를 하지 못했어요 ㅋ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