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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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 진짜 뜬금없이 생각나서. 여름과 겨울 하면 기이하게도 제일 먼저 생각나는 문장이 이거다. ‘특히 여름엔 지겨울 정도로 썼고, 겨울엔 지겨울 정도로 읽었다.’ 별 거 아닌 말인데 이걸 본 이후로 여름이 오면 아이고 쓰는 계절이다 하고 겨울이 오면 아이고 읽는 계절이군 하게 되는

지겹게 읽어야 하는 계절인데 사놓고 손도 못 댄 책이 왜 저렇게 많냐 눈물이 앞을 가린다 진짜

2024-01-09

향신료로 만들어진 사막이 있다는 말을 듣고 속아준다는 생각으로 겸사겸사 대상을 따라나섰다. 당연하게도 그런 것은 없었고 나는 작은 주머니에 그곳의 모래를 한 줌 담아 와, 그 소리를 해준 사람에게 이야기 값이라며 심술궂게 건넸다. 정말로 그곳의 모래로군요. 그는 울면서 고맙다고 말하고 품에 소중히 주머니를 넣었다. 이제는 고향이 사무치게 그리워질 때마다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 생겨서 기쁘다고 했다. 향신료의 이름은 향수(鄕愁)라고 미리 말해줬다면 좋았을 텐데.

『이야기는 방랑한다』 를 읽기 너무 좋은 날이야 향신료의 이름은 향수 <- 이런 생각은 진짜 어떻게 하시는 걸까

2024-02-04 정말 좋아하는 책인데 이 책을 읽을 때는 제가 BL의 생산자가 아니었거든요? 근데 지금 다시 읽어보니 진짜 다르게 닿는다

여성 중심 서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BL은 근절, 폐기되어야 하는가? 혹은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BL은 변화해야만 하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논의의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다면 이 논쟁에서, 약 60년 전 일본 여성들이 BL문화를 만든 이유, 그리고 30년 전 한국 여성들이 이를 열렬하게 받아들여 여성 중심의 팬 문화를 만들어 온 역사의 의의는 왜 망각되고 있는가? 현재까지 BL문화에 자신을 기탁하거나, 혹은 그를 통해 욕망을 충족해 온 여성들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자신을 반성하고 새로운 여성주체로서 거듭나야 하는가? 여성들의 장르로서 BL이 갖는 사회적 영향력이 실제 주료 사회에서는 무시되고 비가시화되는 한편, 탈BL 논의에서는 마치 BL이 모든 대중문화 콘텐츠를 지배하는 것처럼 논의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BL은 ‘현재 남녀의 존재 방식에 무의식적으로라도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읽는 것’이지만, BL 독자들 가운데 순수하게 BL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BL과 페미니즘을 곧바로 연결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순수한” BL 독자들은 과연 페미니즘과 아무런 연관이 없을까?

“BL은 ‘현재 남녀의 존재 방식에 무의식적으로라도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읽는 것’” 이라니 세상에 그러게 말입니다 후미 센세

『원본 없는 판타지 -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읽는 한국 현대문화사』라는 책이구요. 제가 캡처한 건 3부의 김효진 교수님 글입니다. 모든 글이 빠짐없이 재밌지만 이 책 영업할 때마다 제가 내미는 건 서문입니다 서문이 진짜⋯

2024-02-06

“글을 그대로 인용한다는 것은 더 효과적인 어휘, 더 적절히 다듬어진 문장을 써낼 수 없다는 고백이다. 아니면 거꾸로, 좀더 깊이 성찰할 능력이 없음을 숨기면서 인용의 진실성에 최대한 편승하려는 술책일 수도 있다.“ 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 네ㅠㅠㅠㅠ 아를레트 파르주, [아카이브 취향]

(마음에 대단히 큰 상처를 입음)

2024-03-01 “소련에서 동성애는 불법이었지만, 외국의 동성애자들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KGB는 동성애자들을 포섭했다.” 이야아아아아……….

동성애 혐오만 주입 받았지 정작 동성애자가 뭘 하는지는 몰랐던 KGB 요원이 코펜하겐에 파견된 후 호기심으로 동성애 포르노 잡지 구매 → 그걸 덴마크 첩보 조직에서 알아챔 → 이 사람을 동성애자로 오인 → 덴마크 공작원이 플러팅으로 접근 →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 작전 실패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들이 내세운 미인이 그의 취향이 아니었나?’ 아니 이거 진짜 웃기네 ㅋㅋㅋㅋㅋㅋ

2024-03-01 “나중에 한 M16 요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소련의 공산주의 체제보다 서구 민주주의가 우월하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도시 하나를 고른다면, 코펜하겐보다 더 나은 곳은 별로 없을 것이다.>” 제가 어느 날 코펜하겐을 놀러 간다면 이 말을 꼭 기억하도록 하겠습니다

2024-03-06 이게 대체 얼마만에 써 보는 독서대인지 책상에 공간이 없어서 독서대 쓰려면 키보드 치워야 되는데 간만에 치우고 써 봄 이념적 열기가 꺼지고 기회주의자가 자리잡은 70년대 KGB 이야기 흥미로와

2024-03-10 이 책(SF 거장과 걸작의 연대기) 진짜 무서운 책이에요 저희 집에도 있는데 한 챕터 읽을 때마다 알라딘 장바구니에 책 열 권씩 쌓임 나는 책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정신 차려보면 장바구니에 어라? SF 도서관을 차릴 계획인가? 싶을 분량의 책이 쌓여 있어

2024-03-22 책 읽다 자려고 언젠가 책빙에서 사 온 책을 하나 펼쳤는데 흥미가 사르르 식을 때의 이 난감함

좋은 책인 거는 같애 이런 책 세상에 하나쯤 있으면 좋지 한장한장 펼치면 다 맞는 말이야 근데 하나도 새롭지가 않음

2024-04-11 책읽기 짓시를 여섯 시간동안 했어 물론 체감상 책은 네 시간 정도 읽었고 잡담을 두 시간 한 거 같지만

오늘의 일기

  • 가시두더지는 단공류 포유류라 알을 낳는다 그리고 귀엽다
  • 신 고질라 봐야지
  • 세상에 왜 플라잉 몬스터 스시와 싸우는 영화가 존재하는 걸까
2024-04-11 이번주는 유독 책과 눈싸움을 하게 됩니다 혼자 자꾸 째려 봐 이 자식 뭔 소리를 하는 거야? 하⋯ 하지만 읽어야지 읽으면서 빈칸에 정리도 해요 그럼 좀 알 거 같아 하지만 다음 챕터를 펼치면? 하⋯ 뭔데 이게⋯ 저자 아저씨가 정말 친절하게 최선을 다해 설명해 주시는데 나는 자꾸 열 받아

다른 분들은 책 읽을 때 어떤 메모와 낙서를 하시나요 저는 주로 ㅋㅋㅋㅋ 를 쓰거나 ? 를 쓰거나 책에게 화를 냅니다

2024-04-12 새 책 배송 왔어

  •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
  •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
  • 월간 십육일
2024-04-16

그런데 내가 슬프기 싫어서 안 보는 마음이 얼마나 알량한 것인지 제 친구 요조의 글을 읽고 다시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내 마음 아플까 봐 못 보겠다, 이 말이 얼마나⋯. 그것을 감당하고 맞서서 살아가는 사람들 앞에서는 진짜 얼마나⋯, 작고 좁은 마음인지 알겠더라고요.

2024-04-16 『워크는 좌파가 아니다』라니 이렇게 뜨거운 책 제목이 다 있나

2024-04-24 오늘의 책 : 정체성 정치 (전기가오리)

사실 중고서점에서 업어온지 2년 됨 이제는 읽을 때가 된 것이지요

2024-05-08 날 울리지 마요~~ 숨 쉬는 것보다 더 잦은 이 말 하나도

2024-05-10 새 책 자랑

  • 지금은 대체 어떤 세계인가
  • 워크는 좌파가 아니다
  • 지역의 사생활 구미 편 : 땅콩밭의 파수꾼
  • 시간과 타자
  • 짐을 끄는 짐승들
  • 리아의 나라
2024-05-11

타자는 내 눈앞에 등장할 때마다 이미 ‘우물에 빠지려고 하는 아이’다. 그렇다면 나는 타자를 어떻게 응접할 것인가. 박애 정신으로 행동할지 이기적으로 행동할지 선택할 수는 없다. 나는 이미 ‘그를 양자로 맞이할 의무를 지고 있기’ 때문이다. 왜 타자를 내가 환대의 책무를 지는 ‘과부, 고아, 이방인’으로서 대우해야 하는지에 관해, 주체에게는 그 옳고 그름을 헤아릴 여유가 주어지지 않는다. 지금 눈앞에서 우물에 빠지려고 하는 아이를 볼 때, ‘왜 내가 이 아이를 구해야 하는지’ 헤아릴 여유가 주어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마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 그 시작점에는 이 논리적인 무리가 나사처럼 비틀어 박혀 있을 것이다.

레비나스 읽는다고 하니까 친구가 혀 찼음

2024-05-11 『지역의 사생활 구미 편 : 땅콩밭의 파수꾼』을 읽기 시작 안경 쓰고 교복 입고 머리 하나로 묶었는데 지방 살고 말 정제 못하는 너드 오타쿠 여학생이라니 작가님 이거 불법이에요 남의 학창 시절을 사찰해서 쓰시고

저, 고모가 쓴 일기랑 소설을 봤어요.

조카에게 내가 중학생 때 쓴 일기와 소설을 들킨다면 저는 너무너무 무서울 것 같습니다 애를 안 다치게 하면서 부분 기억만 지우는 방법 없을지 좀 고민해 볼 듯

2024-05-11 오늘의 책구매

  • 악몽수집가
  •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 나쁜 책
  • 7호선 쪽으로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표제작을 되게 재밌게 읽었었는데 언제 단편집이 나왔지?!? 하고 확인해 보니 초판이 5월 8일이어서 납득하고 샀다

2024-05-15

늦가을까지 가지에 남은 이파리는 누군가 받지 못한 편지.

용의 대자가 되었다는 편지도 그곳에 있고, 황금 낱알이 고개를 숙이는 땅뙈기를 인간 친구에게 유산으로 남기겠다는 편지도 그곳에 있다.

수신인들이 바람의 옷을 입은 배달부들을 알아보지 못해서, 편지들은 영영 갈 곳을 잃었다.

2024-05-23

나는 생애 전반에 걸쳐 그런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원망했다. 내가 가지지 못한 성향을 가진, 내향 인간들을 항상 좋아하면서도 서운했다. 나는 매번 제안하는 쪽이었기 때문에. 사람을 천천히 알아가고 조심스럽게 가까워지고 싶다는 사람들의 팔을 붙들고 같이 시간을 보내자고 흔드는 쪽은 백이면 백 나였다. 그런 나도 좀 병적인가. 어느 모임에서나 그런 유의 사람들을 좋아해 서촌으로 커피 마시러 갈래요? 광화문으로 생선구이 먹으러 갈래요? 하고 물으면 그들은 언제나 사려 깊은 표정으로 아, 네, 좋아요, 언제든 단이씨 편하신 시간에⋯⋯ 라고 대답해왔다. 거절이 아닌 것만으로 마음이 놓였지만 한편으로는 늘 속이 꼬였다. 너희들은 좋겠다. 우아하게 컨펌할 수 있어서 좋겠어. 누군가가 물어보면 음⋯⋯ 하고 고민하고 마침내 네, 라고 대답할 수 있어서 좋겠다. 나도 그런 역할 좀 맡아보고 싶네.

김화진 작가님의 ‘나주에 대하여’

시간 되면 볼래요? 하는 말을 주로 듣는 쪽인 사람 중 하나로서 상당히 뼈가 아프고 힝구스럽네요 “우아하게 컨펌할 수 있어서 좋겠어” 라니 그렇게까지 말할 건 없잖아⋯

2024-06-04

사람4 : “셋, 친족들은 절대로 본인의 친구 및 조문객들을 박해해선 안 된다. 최대한 친절하게 예의를 갖추어 그들을 맞이하길 바란다. 넷, 장례식 분위각 너무 어두워지지 않게, 장례식장에 무지개 깃발을 걸었으면 한다. 오는 사람들은 무지개 아이템을 하나씩 하고 오길 바란다.”

사람5 : (작은 소리로) 어 그거 중요하지.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써보겠어.

사람4 : 다들 여기저기 후원하느라 배지나 티셔츠 많이 받았을 테니까⋯⋯ 하나씩 하고 오시면 좋아요. 없다고 막 입구에서 쫓아내고 그런 건 아니지만.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써보겠어.” ㅠㅠ ㅋㅋㅋㅋㅋ

사람2 : 그래서 술을 안 마시나요? 증발 이전과 구분을 두고 싶어서?

사람1 : 저는 예전부터 계속 마셔요.

사람2 : 그런데 왜.

사람1 : 저 한국 매궂 별로 안 좋아해요.

사람2, 조심스럽게 캔 내려놓고 비닐봉지에서 새로운 맥주를 꺼낸다.

사람2 : (조금 수줍게) 스텔라 아르투아.

아이앀ㅋㅋㅋ 스텔라 좋죠~~ 아 이 책 위트가 너무 좋다

여자 : 나도 아니라곤 못 하겠다.

남자 : 우리가 잘못된 방식으로 교육을 받아서 삽입에 집착하는 걸까?

여자 : 너도 왜 자꾸 신문 사설처럼 말해. 그보다는 우리가 해볼 수 있는 수많은 것 중 무언가 하나에 꽂혔다고 생각해보면 어때.

너 왜 자꾸 신문 사설처럼 말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2024-06-06 희곡집 다 읽었다 왕 신나

2024-06-14 사람이 살다 보면 아 나 특정 주제에 대해 말 많이 하는데 그에 비해 아는 건 사실 별로 없어 젠장 ! 상태가 되어 알라딘 장바구니 맨 밑칸에 박혀 있던 책을 충동구매하기도 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제가 정말 어쩌다 주디스 버틀러의 팬데믹 강연록을 산 건지 오늘 하루종일 읽으면서 눈앞이 깜깜함

셸러와 메를로퐁티 얘기할 땐 아니 뭐라는 거야,, 하다가 그걸 끌어와서 하는 본론 파트에선 아니 이건 저도 알아요,, 하게 됨 이런 젠장

때문에 일련의 제한들과 함께 산다는 것이 가능한지의 여부는 우리가 어떻게 우리 삶의 필요조건들을 추정하는지에 달려 있다. ‘생존 적합성’은 결국 최소한의 요구 조건인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할까라고 질문하지 않는다. 우리는 또한 어떤 종류의 삶이 나의 욕망들을 가장 확실하게 만족시킬까라고 질문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오히려 계속 살아갈 수 있기 위해 우리의 삶 자체가 그저 견딜 만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살기를 바란다. 달리 말하자면, 우리는 생명을 유지하고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삶의 필요조건들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 책 읽으면서 가장 에? 싶었던 파트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할까 어떤 종류의 삶이 나의 욕망들을 가장 확실하게 만족시킬까 이거 현대인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아닌가요. 우리의 삶 자체가 그저 견딜 만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살기를 바라지 않을 거 같은데???

2024-06-15 ‘워크는 좌파가 아니다’ 읽기 시작 이제 절반 정도 읽었는데⋯ 노잼 책에서 받은 힝구의 마음은 예스잼 책으로 치유하면 된다는 걸 새삼 깨달음 짱 재 미 따

우리는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말을 오래전부터 알았지만, 오로지 개인적인 것만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식이 되면서 희망을 포기하게 되었다. 당신을 어떤 대명사로 지칭할지를 바꾸어내는 것이 마치 대단한 급진적 변화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목에 핏대를 세우며 대명사 사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야말로 그것 말고는 달리 변화시킬 힘이 없다는 사람들의 두려움이 표현되고 있는 현상이다. 나는 우리가 더 많은 것을 희망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 논리는 단순하다. 만약 희망을 갖지 않는다면, 우리는 확신을 가지고 힘 있게 행동할 수가 없다. 그리고 우리가 행동할 수 없다면, 종말론자들의 모든 예언이 현실이 될 것이다.

다 읽었다. 팔로우하고 있는 모 교수님의 ‘동의는 하지 않지만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문제 의식은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트윗을 보고 읽었는데 과연 그런 말이 나올 책이었다 싶음 (근데 교수님 어느 점에서 동의 안하시는지 너무 궁금하고 👀)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거 같고, 그 와중에 저자가 말을 너무 잘해서 어 그치그치 맞지 하고 듣다가도 아니 잠깐 나 너무 홀려 있는 것이 아닌가? 누군가는 여기에 반론을 할 법한데? 하는 생각이 드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궁금해짐

이런 책을 독서모임에 갖고 가야 꿀잼 토크를 할 수 있는데 표지부터 제목까지 너무 빨강빨강해서 직장인 독서모임엔 못 갖고 나갈듯 ㅋㅋ

2024-07-01

서양의 검술과 무기, 갑옷에 대한 상세한 묘사와 설명으로 창작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던 ‘그림으로 보는 서양검술메모’가 정식 출간됩니다! 새로운 구성과 작화로 더욱 깊은 이해를 안겨드릴 것입니다! 후원자분들을 위한 특전 일러스트 엽서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 예스펀딩에서 만나보세요!

도서전 다녀온지 겨우 하루 지났는데 벌써 눈돌아가는 책이 보여요

2024-07-01 저런 얘기 너무 좋아 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내가 그림을 그릴 것도 아닌데? 하지만 옛날에 그판세 볼 때도 캐릭터들 검 든 컷과 그 다음 컷을 한없이 왔다갔다 하며 자세가 어떻게 바뀐 건지 어떻게 방어한 건지 열심히 생각하곤 했었지요

2024-07-03 이제 진짜 당분간은 그만 사

  • 지극히 문학적인 취향
  • 토카타
  • 행복의 약속
2024-07-21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이건 이번에 처음 읽어보는데 술자리 싸움 장면의 대사가 심금을 울리네요 아 같이 열받아

2024-08-11 ‘해피 아워’의 연출 노트와 각본집이 나와 있었다니 왜 나는 몰랐는가 정말 좋은 영화지만 세 번을 본 이상 이제 다시 볼 엄두는 나지 않는데 (러닝타임 5시간 17분) 책으로라도 볼 수 있다니 매우 좋은 일

2024-08-21 ‘과학기술의 일상사’ 읽기 시작. “어차피 본업이 과학자가 아닌 바에야 논의를 따라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과학지식의 생산과정에 뛰어들기보다는” 이라니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닌가요 좀 궁금할수도 있자나요

하긴 과학대중화는 아무 반박 없이 좋은 것으로 여겨지고 과학관은 너무 당연하게 좋은 시설 있어야 할 시설로 여겨지죠,, 차라리 식민통치 정당화에 쓰였던 그 과학관을 미니 사이즈로 구현해 놓고 옛날엔 과학관이 이런 일도 했답니다 하는 쪽이 교육 면에서도 흥미롭지 않은지

“그래서 누구누구는 언제 교수가 되는 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월호 이후에 발표된 ‘재난 및 안전관리기술 개발계획’의 전략 방향에 ‘효율화’라는 키워드가 쓰이다니 정말 기기괴괴다 예산이 쓰인 곳은 더 기기괴괴고

테크니션은 위대해. 같은 맥락에서 QA 직군도 정말 위대하다고 느껴요 가끔 회식 같이 할 때면 자꾸 허리를 더 깊게 숙이게 됨 참으로 신세를 많이 지고 있습니다 죄송하구요 늘 감사합니다..

2024-08-23 『k-펑크』를 드디어 펼쳤는데 내가 모르는 영화에 대한 비평글은 정말 뭐?라구요? 상태로 보게 되네…. 『자본주의 리얼리즘』은 이렇게까지 헤매진 않았던 거 같은데 증말 하나두 모르겠다 크로넨버그까지 갈 것도 없음 전 배트맨도 안 봤고 브레이킹 배드도 안 봤고 스타워즈도 안 봤고(ㅠㅠ)

얘는 그냥 내가 이 책을 갖고 있음에 의미를 두고.. 비평 읽어보는 재미는 차라리 FILO 를 재구독할까 싶음

제가 마크 피셔와 동시대를 살며 이 영화를 즐겼던 사람이면 진짜 유잼으로 읽었을 거 같은데 말입니다 제겐 넘어야 할 장벽이 너무 높네여,, 근데 크로넨버그의 크래시는 좀 궁금해지긴 한다

2024-08-24 ‘해피 아워’의 연출 노트 및 각본집과 몇 번씩 보고 있는 ‘햄릿’의 드라마트루기 노트가 책으로 나왔는데 그 소식을 출간 당일에 바로 알지 못했다는 게 좀 이상하게 느껴짐

2024-08-30

나는 주로 메일이나 카톡을 보낸다. 그는 쏟아지는 활자에 피로감부터 느꼈다. 원래도 그는 글보다 말을, 말보다는 비언어적 표현을 선호하는 사람이다. 가령 허그나 키스만으로도 부부 간의 갈등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나는 정확히 정반대의 순서로 선호한다.

나는 국내 최고의 감독을 봉준호라고 생각하고, 그는 박찬욱을 꼽는다. 일본 영화라면 오즈 야스지로 대 구로사와 아키라, 할리우드라면 토드 헤인즈 대 쿠엔틴 타란티노다. 그는 절대 물냉면을 시키지 않고, 나는 비빔냉면을 냉면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가족은 하나의 단일 세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고정된 집단 정체성을 부여받으면서 가장 순수하고 무결한 탈정치의 영역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사실 이곳이야말로 가장 정치적인 곳이어야 한다. 부부가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며 기대했던 것과 달리, 영아가 자신과 양육자를 한몸이라 여기는 것과 달리 가족은 서로 너무 다른데, 이렇게 다름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함께 존재해야 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해 당사자 간의 생각이 다르더라도 합의의 여지를 찾고 협력을 모색함으로써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도모하는 데 정치의 역할이 있다면 이보다 정치가 더 필요한 공간도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책 제목 :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입니다. 이게 메인 내용은 딸의 암 간병인데 중간중간에 나오는 남편 분과의 싸움이 정말.. 뭐랄까.. 투쟁적임 ㅋㅋㅋㅋㅋ

2024-09-20

오랫동안 나는 슬픔에 대해 생각해왔다. 유독 왜 슬픔만이 세상 끝까지 뻗쳐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기쁨 뒤에 슬픔이 오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어째서 슬픔 뒤에 다시 슬픔이 남는지 납득할 수 없었다. 슬픔은 범속한 나뿐만 아니라, 세상 이치에 두루 통해 있는 성인들까지도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젊은 스승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나에게 말했다. 성인의 슬픔은 온통 슬픔 전체일 뿐, 다른 무엇의 대대가 되는 것이 아니라고. 슬픔뿐만 아니라, 기쁨에도 본래 짝지을 것이 없다고.

2024-09-22 박해울 작가님의 첫 SF 단편집 ‘요람행성’을 어제 읽기 시작해서 전체 9개 단편 중 여섯번째를 조금 전에 다 읽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에 든다.. 어떤 점이 마음에 드냐면 읽는데 심력이 많이 필요한 책이 아니에요

오타쿠를 가슴 뛰게 하는 화려한 오케스트라보다는 산뜻한 티타임에 가까운 SF.. 내용이 심심하단 뜻은 아닙니다 판타지 요소도 많고 읽으면서 되게 재밌는데 그 재미가 나를 피로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뜻임 주말에 이만한 독서가 있나 싶네요

그리고 확장보다 잔류를 긍정하는 엔딩이 대다수인 것도 흥미로움 그것 또한 어떤 안도를 주는 요소란 걸 부정할 수 없다.. a whole new world 로 가기란 너무 힘든 일이에요

플러스 요인 하나 더. 세계관 안에서 발생한 종교 이야기가 많이 나와요. 전 아주 좋아합니다 오예~

작가의 일상은 생각만큼 멋지지 않다. 그저 자신이 완성하기로 결정한 무언가를 마감 때까지 매만지며 어느 쪽을 덧붙이거나 깎아내거나 하여 기존과 다른 것을 만들어내는 일을 하는 사람일 따름이다.

하지만 멋지지도 않고 어려운 일이라고 말하면서도 나는 내가 쓴 이야기와 인물들을 좋아한다. 골똘히 생각해 왔던 조각난 이야기들과 대사들, 인물의 순간적인 선택과 행동은 내가 하나의 이야기로 만듦으로써 세상에 나올 수 있다.

읽은지 고작 일주일 남짓 지났을 뿐인데 갤러리 정리하다가 이거 무슨 책이었는지 바로 기억이 안 나서 순간 오싹했다⋯ 작가 후기가 무척 진솔해서 좋았습니다

2024-11-29 간만에 책읽기. 전에 이미 읽었던 책인데 지금 다시 보면 여러모로 의미 깊을 거 같아서 꺼냈다. ‘실리콘 밸리의 목소리’. 처음 읽었을 때도 이런 책 정말 필요했다고 고개 열심히 끄덕이면서 읽었는데 지금 다시 읽어보니까 한 문장 한 문장이 남다르다. 이거 다 누가 이미 밟아본 전철이구나⋯.

“아 나 진짜 이딴 거 안 만들고 싶어요 너무 자괴감 든다구요” 또한 앞에서 다 밟아본 전철이었음을⋯.

하지만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챕터는 역시 실리콘 밸리에서 요리사로 일하는 분의 테크 업계에 대한 감상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