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업보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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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8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다 집에 쌓인 ‘사 놓고 안 읽었으나 아직 관심사에 있는 책’ 읽기 시작합니다

2023-10-08 첫 타자는 김성일 작가님의 ‘늑대사냥’. 버스 안에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여담이지만 집에 이 책이 두 권이라 (하나는 도서전에서 직접 샀고 하나는 나눔 이벤트로 받아서) 전자는 기회 되면 나눔을 하려고 했는데 오늘 아침에 확인해보니 도서전 판본에 사인이… 있네요? 생각을 좀 더 해봐야겠음.

2023-10-08 첫 문단 읽자마자 ‘장르문학에서 첫 도입부 세계관 설명은 이렇게 하는 거구나 👀’ 하고 보는 중 ㅋㅋ 언뜻 보면 주인공의 느긋한 일상씬인데 문장이 허투루 쓰인 게 하나도 없네. 이게 무슨 장르인지 배경은 어디 쯤이고 주인공은 어떤 친구인지 문단 하나로 세팅이 되는구나 신기하다…

2023-10-08 2장까지 읽었고 조인경 팀장님 너무 짠하네요. 윤리에 관심 많은 이공계 사람이라면 거리두기 하고 보기가 힘든 인물. “꿈같은 대의에 빠져, 나고 자란 기업연합을 배신한 늙은이의 말로를.” 에서 잠시 묵념을…

2023-10-09 “이제 쉰이 넘은 카챠는 자신이 딱히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수년 동안 멈추지 않는 괴로움을 겪은 처지에서, 고통의 완화는 환희와 구별이 가지 않았다.”

2023-10-09 다른 앤솔에 실려있던 ‘붉은구두를 기다리다’를 읽을 때도 느꼈던 거지만 소수자를 포용하는 시선을 엄청 자연스럽게 끼워넣으신단 말이죠. 9장 말미에서 샤오진을 부르는 호칭을 보고 눈이 반짝.

2023-10-10 완독. 초반에 제 심장을 뛰게 한 건 한직으로 좌천된 AI 전문가 67세 할머니 그 자체였는데 후반 전개와 “실망을 많이 하는 사람은 희망을 많이 갖는 수밖에 없다”는 작가의 말까지 보고 나니 중반의 대화 씬들을 다시 읽게 되네요. 인경 팀장님 같은 할머니가 되고 싶기도 하고,

2023-10-10 그런 생각에서 이런 책을 써내는 작가님이 되어보고 싶기도 하구요… 메르시아의 별 읽었을 때는 느끼지 않았던 마음이라 지금 좀 두근거려요 신나 재밌는 모험이었어

2023-10-10 다음 책은 하지은 작가님의 ‘녹슨달’. 5장 중반을 읽고 있는 현재까지의 감상 병약미 예술가 탐미주의 최 고 야

2023-10-10 “언제 어디서든 침체기는 올 수 있고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을 거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그림을 그리다 보면 어느 순간 다시 편해질 날이 올 거야. 그런 일이 영원히 반복되는 게 예술가들의 인생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지. 허무하다고 느껴질지 몰라도 어느 순간 뒤를 돌아 보면 수많은 그림들이 네 곁에 남아 있을 거야. 그러니 의심하지 말고 계속 그리도록 해.”

2023-10-10 “화폭에 붓을 찍는 매순간이 우리에게 삼보일배의 순간이라면?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 게 바로 그 성지에 이르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마침내 그곳에 도달했다 하여 괴로움이 끝나는 걸까? 아니야. 우리는 다시 똑같은 길에 올라야 해. 또 하나의 작품, 또 하나의 순례길. 그렇게 우리는 매순간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걷고 또 걷는 거야. 네가 괴로움이라 부르는 길을.”

2023-10-10 “그럼 그렇게 해주겠어요?” 속에서부터 썩어 들어가는 내 냄새를 맡으며 물었다. “제가 그걸 그릴 수 있도록 해주겠어요?”

2023-10-10 본편 다 읽었다. 이야 이거 두께 꽤 됐는데 쉬는 시간도 없이 한방에 다 읽었네 난 이번주 내내 읽을 줄 알았는데…….. 예술가 주인공의 일생을 보여주는데 군데군데 감정 이입해서 읽게 되네요. 내가 뭐라고 된 것 같은 고양감과 내 글의 허접스레기 스러움을 참을 수 없는 절망감의 롤러코스터 ㅋㅋ

2023-10-10 이렇게 막힘없이 후루룩 쉽게 읽히는 글을 쓰시는 것에서 경의를 느낍니다 본편 분량 500페이지 였는데 ㄷㄷ 너무 빨라서 어지럽지도 너무 느려서 지루하지도 않은 즐거운 후룸라이드 타고 깔끔하게 내린 기분.

2023-10-10 외전 읽고 지금 마음이 좀 힘들어짐… 가끔 보면 좋았던 문장 하나 단락 하나를 잘라오는 게 죄송할 정도로 글이 통째로 좋을 때가 있죠 지금이 그렇습니다 쩨기랄… 시세로 이 자식 ㅠㅠㅠ

2023-10-10 저는 TRPG 리플레이처럼 팬픽을 쓰고 있어서 지난 줄거리와 장소 배경 캐릭터를 쫙 흩어놓고 ‘그래서 이 다음은 어떻게 될까’를 고민하는 편인데 지금 이 책의 시세로 외전을 읽고 머리 한 대 맞은 기분입니다. 어케 이런 글이 외전으로 탄생한담 이거야말로 최종장 에필로그 같은데…

2023-10-13 다음으로 집어든 책은 김보영 작가님의 ‘종의 기원담’. SF 좋아하면 한번은 읽어야 한다는 추천을 많이 받아서 집에 ‘다섯 번째 감각’과 이 책을 같이 쟁여두고 이제서야 읽기 시작했습니다. 1편 절반 가량 읽은 소감은

…이거 진짜로 “종의 기원담”이네?

2023-10-13 제목이 제법 거창하다고 생각했단 말이죠 근데 정말로 로봇 관점에서 쓰인 창세신화 였던 거야… 어쩐지 첫 장부터 텍스트가 경건하더라니

2023-10-14 2편까지 다 읽고 3편 읽는 중. 이거 진짜다. 이거 진짜야. 난 지금 인류가 모조리 멸망하고 난 뒤에 로봇들 사이에서 탄생하게 될 창세 신화 텍스트를 미리 보고 있는 거야… 나도 모르는 새 내가 미래로 시간여행을 했나봐 이 트윗은 과거로 보내는 인터스텔라st 모스 부호인 거지 이거 진짜네!

2023-10-14 이게 SF야 판타지야 종교 서적이야… 그걸 동시에 할 수 있는 텍스트가 여기 있었네… 취향을 우주까지 뚫고 가는 명예의 전당 위에 올려두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에 올라있는 다른 텍스트는 문송안함과 어바등이 있구요 주위의 추천에 따르면 씨엘도 대충 이 언저리라고 하더라구요? 안 읽어봤지만.

2023-10-14 1편, 2편에선 로봇 캐릭터의 심경 묘사를 할 때 ‘ㅇㅇ라는 말을 떠올렸다’나 ‘ㅇㅇ하는 기분으로 물었다’ 같은 말을 쓰더니 3편에 이르러서야 ‘생각했다’는 동사를 쓰는 것에 대하여……

2023-10-14 “종의 기원담을 쓰기 시작한 것이 2000년 즈음이었다. 그때 스물다섯 살이었다. 완성한 해는 2005년이었고 서른 살이었다. 2편은 그해에 써서 완성했다. 3편은 올해 완성했고 지금 나는 마흔여덟 살이다.” 예??????

2023-10-15 종의 기원담을 다 읽고 집어든 책은 당연히 같은 작가의 ‘다섯 번째 감각’. 표제작까지 읽었습니다. 제목을 볼 때부터 궁금했단 말이죠 왜 다섯 번째 감각일까. 보통 감각을 다룰 때 많이 나오는 소재는 육감, 식스센스 잖아요? ‘감이 좋은 편이었다’는 말을 쓸 때 그 감은 암묵적으로 육감이잖아.

2023-10-15 왜 ‘다섯 번째 감각’인지 확인한 지금 강렬한 확신이 듭니다. 아 나는 알라딘 장바구니에 김보영 작가의 모든 출간작을 넣어두게 되겠구나. 앞으로 신작 나온다는 소식 들리면 헐레벌떡 달려가겠구나. 전 딱히 SF 마니아는 아니었는데도… 테드 창 처음 읽었을 때 기분이에요 뭔줄 아시나요

2023-10-15 머릿속에 있던 각종 딴 생각을 이 책이 구마해주는 거 같아요. 단편 하나하나 클리어 할 때마다 ‘와 재밌었다 다음 것도 재밌겠지?’ 가 아니라 ‘와 너무 오싹했다 다음 건 더 경건할까?’ 하고 손 오들오들 떨어가며 읽고 있음

2023-10-20 단편 ‘우수한 유전자’를 읽었습니다. 처음 몇 장 넘기면서 오 흔한 소재~ 하지만 나는 상상도 못 할 방향으로 말아주시겠지~ 팔락팔락 했는데 세상에 중간부 읽다가 너무 놀라서 처음부터 다시 읽었네요? 와……. 연출 기가 막혀 이게 무슨 일인지

2023-10-20 이 단편집을 다 읽은 지금 저의 알라딘 장바구니 터져나가기 직전이며… 이게 분명 사놓고 안 읽은 책 권수를 줄이기 위한 발악이었는데 방향이 잘못되지 않았나 싶고… 근데 너무 좋은 책이었어. 저희 집에서 이건 앞으로 성서입니다. 이 뒤에 뭘 읽어야 스무스하게 넘어갈 수 있을까 고민될 정도.

2023-10-22 『다섯 번째 감각』 다 읽었습니다. 저희 집에 『SF 거장과 걸작의 연대기』 라는 SF 입문 가이드 같은 책이 있는데 이것도 같은 작가님 거거든요. 이 책은 진짜 무서운 게 다 읽고 나면 알라딘 장바구니에 SF만 한 40권쯤 쌓여 있습니다. 정신 차리고 장바구니를 비우며 아 너무 무섭다 생각했는데

2023-10-22 이 단편집을 다 읽은 지금 저의 알라딘 장바구니 터져나가기 직전이며… 이게 분명 사놓고 안 읽은 책 권수를 줄이기 위한 발악이었는데 방향이 잘못되지 않았나 싶고… 근데 너무 좋은 책이었어. 저희 집에서 이건 앞으로 성서입니다. 이 뒤에 뭘 읽어야 스무스하게 넘어갈 수 있을까 고민될 정도.

2023-10-22 『음악, 당신에게 무엇입니까』 를 읽기 시작. 사실 이거 도서전에서 산 그날 절반 가량 후루룩 읽고 가름끈 해놨는데 나머지 절반을 오늘에야 읽네요… 전에 읽을 때도 그랬지만 후루룩 잘 넘어가는 책. 역시 인터뷰집은 읽기 편해 대화 포맷은 너무 멋진 방식이야

2023-10-22 삶 전부를 걸고 자기가 도달할 수 있는 끝을 추구해 본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재미있고 (그게 꼭 커리어 관련이든 아니든) 이런 자리는 인터뷰어가 얼마나 좋은 질문을 던지는가도 중요하지만 인터뷰이가 얼마나 이런 자리에 익숙한지, 자아를 닦아 내놓는데 능숙한지도 중요하구나 싶음.

2023-11-04 근황 업데이트. 위의 책을 다 읽고 요즘엔 드니 디드로의 『라모의 조카』를 읽고 있습니다. 근데 이 책 첫 페이지를 펼치고서야 깨달았는데 이 책을 구매한 이유가 생각이… 안 납니다. 황현산 선생님 번역이니 아마 높은 확률로 당시에 읽던 황현산 선생님 산문집에 저 책 언급이 있거나 그랬겠죠?

2023-11-04 근데 출판사도 고려대학교출판문화원이고, 페이지를 펼치는데 본문 분량과 주석 분량이 6:4 쯤으로 가는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상업적 재미보단 학술적 의미가 있을 듯한… 책인데… 진짜로 왜 샀지 이거. 하지만 일단 샀으니 읽고는 있음 사실 이 시기 책이 또 장르적인 재미가 있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