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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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7

상투적인 글쓰기는 소박한 미덕을 지닌 것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식민 세력에 동조하는 특징을 지닌다. 자신의 삶에 내장된 힘을 새롭게 인식하려 하지 않고, ‘산다는 것이 늘 그런 것’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이 분 책 좀 더 읽어봐야 할듯.

축제의 음식을 먹는 자는 마땅히 두 손을 적셔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먹는 음식을 우리가 하나 되게 하는 것이, 우리가 거둔 곡식과 소채, 우리가 잡은 짐승들에게 속죄하는 길이다.

어찌 속죄가 없이 행복하랴.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자신이 살해한 생명들과 자기가 먹는 음식 사이에 아무 관계가 없는 것처럼 생각하는 우리가 두렵다.

2022-08-28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정말 좋다. 간만에 아주 정결하고 좋은 ‘글’을 읽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읽는 내가 나쁜 습관이 들었다. 천천히 꼭꼭 씹어먹듯 읽는게 아니라 내 자의식에 먹이 주듯이 한장 한장 일정한 속도로 먹어치우고 있다. 그리고 그게 조절이 잘 안되네.

작가는 이 글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 블로그 포스트처럼 후루룩 써제낀 자의식 풀이가 아니라 한 글자 한 글자에 자신의 뜻을 담은 산문이다. 근데 읽고 있는 제가 천박한 가성비의 틀을 벗어 던지지 못했어요. 자꾸 여기에 별점 따위를 매기게 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