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존버 씨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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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06

완벽주의 성향 같은 개인적 특성이나 소속감 같은 문화적 태도 모두 통치 기술로서의 작업장 장치에 의해 형성된 산물이다.

소속감과 애정이 업무 만족도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저에겐 다소 슬픈 결론이군요

2022-03-06

이렇게 경쟁게임은 노동자를 ‘통치될 만한’ 대상으로 만들어버린다. 개별 노동자가 경쟁에서 이긴다 하더라도, 게임판에서 그 노동자는 또 다른 경쟁에 배치될 뿐이다. 혹시 누가 경쟁 게임에 거부감을 가지더라도 게임 규칙에 대한 문제제기는 물론 그 게임에서 발 빼기는 어려워진다. 경쟁에서의 이탈은 ‘능력 없음’‘책임감 없음’‘낙인’‘패배한 삶’으로 등치되기 때문이다.

아까 다른 타래에서 얘기한 것과 비슷한 맥락. 경쟁 게임에 거부감을 가져도 문제 제기를 하거나 게임에서 발을 빼는 건 어렵다. 그건 결국 패배로 읽히기 때문에 우린 점점 더 ‘연극적 행위’를 하게 된다.

2022-03-06
‘회사를 그만두면 되는 거 아냐’라는 반문도 사실 문제의 책임을 망인 개인에게 두는 논리와 친화적이다. 문제를 스스로 분석하고 처리하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스스로 질 것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의 화법(자기 계발-자기책임, 능력주의, 성과주의의 논리)과 닮았다. 자기책임(self-responsibility)의 논리는 문제 발생의 구조적 이유에 대한 사고를 무디게 하고 문제 원인과 해결을 개인에서 찾도록 유도한다. 자기책임 프레임 안에서 작업장의 구조적 문제는 온데간데없는 것으로 사라지고 만다.

이직하는 동료 팀원들이 ‘왜 이직 안하세요?’ 물으면 말문이 막힌다. 나는 이 회사 이 서비스에 애정이 있는데 이건 남들이 보기에 정당한 사유는 아닌 걸까. 내가 바보 같은 걸까. 본디 회사란 계속 다니는 게 디폴트 아녔나. 왜 이직으로 주기적인 실력 검증을 받으란 압박이 자꾸 느껴질까.

2022-03-06 무능하지 않음을 증명하기 위해 해야 할 게 자꾸자꾸 쌓여가네 😂 책은 『존버 씨의 죽음』. 오월의봄 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