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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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6 클럽하우스가 그렇게 재밌나… 실명과 프로필 다 까고 하는 배타적인 SNS 는 취향에 안 맞을 거 같아서 심드렁했는데 다들 재밌다니까 궁금하기도 하고

2021-02-07 클럽하우스 나도 써봤다 웹툰 만화 얘기하는 채널에서 말도 몇마디 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일론 머스크나 마크 주커버그가 뭔 이야기를 떠들건 아무 관심 없던 사람들이 이쿠하라 감독님이 클럽하우스 방송하신다는 말에 ‘뭐라구요??? 당장 팔로하러 갑니다’ 하고 열성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거?

2021-02-07 자기소개를 할 때 회사 이름과 직업을 공개하는 건 결국 권위를 갖고자 하는 몸짓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살짝 자괴감이 든다. 내가 개발 토픽으로 얘기를 하는 거면 직업이 개발자라는 사실을 공개하는 것에 의미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저의 관심사는 직업과 영 딴 데 있는데..

회사 이름을 오픈함으로써 ‘나 그래도 업체 관계자엔 들어간다고!’ 하는 기분을 누리려는 나 자신이 어떨 땐 웃기고 귀여운데(^^) 어떨 땐 이 어중간함에 신물이 나…!

2021-02-07 이쿠하라 감독님이 리스너로 들어가 있는 방이 있길래 오 뭐지 하고 봤더니 방 제목이 “(무음) 창작자들의 방 ~ 낮동안 운영됩니다 ~” 였다. 들어가보니 모더레이터마저 마이크를 꺼놓고 있었다. 왜 음성 SNS 을 음성 꺼놓고 하는거야 저건 무슨 문화야 ㅋㅋㅋㅋ

2021-02-07 클럽하우스 후기2

  • 세일러문 시리즈에서 세일러 비너스를 맡았던 성우 분과 시리즈를 만들었던 이쿠하라 감독님이 세일러문에 대해 잡담을 나누는 걸 들을 수 있다니. 이게 이 서비스의 메인 목적은 아니었을 거 같지만 저는 즐겁습니다.

  •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진 『영상연에는 손대지 마!』의 원작 만화를 그리신 만화가 님의 채널도 재밌었다. 만화가 지망생이 스피커로 들어와서 자기 만화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만화를 읽는 걸 퀴즈 푸는 것에 비유해서 말씀하신 게 기억에 남았다.

퀴즈 프로그램을 만드는 분과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분 말에 따르면 사람들이 퀴즈를 풀며 기쁨을 느끼는 건 단순히 정답을 맞췄기 때문이 아니라 ‘이거 기억 날 거 같은데 뭐더라 뭐더라.. 아!’ 하는 순간이라고. 자기는 만화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모두에게 알기 쉬운 (分かりやすい) 만화, 가령 『원펀맨』 같은 스타일보다는 『공각기동대』 같이 누군가에겐 알기 어렵더라도 ‘이게 뭘까’ 의 궁금증을 만들어내는 만화를 그리고 싶다고 하시는게 재밌었다. 저 이야기를 들으면서 더더욱 영상연 만화가 보고 싶어졌는데 왜 한국 정발 소식이 없죠..

  • 하지만 역시 어제 들어가본 것 중엔 클럽하우스의 시각장애인 접근성에 대해 얘기하는 방이 제일 인상적이었다. 가령 현재 말하고 있는 사람의 프로필 주위에 동그랗게 표시를 해주는데, 이게 시각장애인에게는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누가 말하는 중인지/언제 끼어들 수 있을지 맞추기 힘들다던가

화면에 보여지는 텍스트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소보로(소리를 보는 통로) 라는 서비스를 사용하는데 전문적인 내용은 잘 못 알아듣는다는 점, 여러 명이 한꺼번에 떠들면 더더욱 알아듣기 힘들다는 점 등등 당사자가 아니면 캐치하기 힘든 얘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이미 장애인 접근성을 이야기하는 클럽도 있고 (deafinitely inclusivity, the 15%) 어떤 문화를 형성해야 할지도 토론이 오가고 있는데, 어제 들었던 건

  • 말을 시작할 때 ㅇㅇ입니다 라고 이야기 하기
  • 말을 끝낼 때 이상입니다. ㅇㅇ이었습니다 라고 이야기 하기
  • 동시에 여러 명 말하지 않기

그리고 스피커/리스너의 프로필에 붙는 welcome (팡파레) 뱃지나 마이크 뱃지처럼 ‘조금만 천천히 얘기해 주세요’ 를 어필할 수 있는 뱃지가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굉장히 신선했다. 왜냐면 이건 개발자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라서..!

방에서도 몇 번 언급했지만, 접근성을 높이는 게 좋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전제를 어떻게 서비스의 코드 단위로 녹여낼 수 있는가가 다소 애매해서.. ‘그런 게 필요하구나!’ 를 알게 된 게 개발자로서 인상 깊었고 장애인 접근성을 높이는 게 결국 실버 시장 개척과 연결된단 얘기도 재밌었당

과거에 하이틴 로맨스를 사랑하셨고 저에게 비디오 대여점의 신비를 알려주신 저희 어머니가 생각나며.. (덕후가 된 계기 : 엄마가 빌려온 유리가면 몰래 읽다가) 『하렘의 남자들』이나 『재혼황후』 쥐여 드리면 재밌게 보실 거 같은데 회사님 어떻게.. 실버 시장 개척 관심 없으실까요?

2021-02-09 클럽하우스 그래도 며칠간 재밌게 썼는데 회사 사람이 나를 팔로하고 업무 메신저에서 ‘요즘 클럽하우스 재밌어요~ ㅇㅇ님 얘기하는 방도 가봤는데’ 같은 얘기가 오가는 걸 보니 이제 후딱 접고 나와야 하나 싶당

개인 SNS 탐방과 회사 피플이 겹치는 걸 원치 않아요.. 그 경계선은 허물어지지 않았으면 해

2021-02-10 클럽하우스에서 ‘분당 사람 모여라 천당 위의 분당’ 이란 이름의 방을 발견해 버렸고 와 정말 저 서비스에 너무나 (여러 의미로) 잘 어울리는 방제가 아닌가 싶은 것

2021-02-10 결국 클럽하우스 앱은 지웠당. 계정 삭제 해달라고 메일 보내놓은 상태. 며칠동안 써보고 다시 생각해봐도 역시 배타적 엘리트주의의 향기가 진하고 실명 권장 SNS 는 너무나 부담이지만.. 확실히 사람들이 누군가와 수다 떠는 경험을 그리워한다는 인상은 좀 받았다

이게 뭐 그럴듯하게 단어를 붙이니 스피커 리스너지 사실 스피커는 자기 수다를 떨고 있고 리스너는 카페에서 백색 소음 듣듯이 모든 이야기를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는 거 아닌가.. 네트워크 세계에 구현된 카페가 아닌가 ㅋㅋㅋㅋㅋ

클럽하우스의 시도때도 없는 푸시를 받으며 든 생각은, 어떤 걸 소비하고 어떤 걸 ‘소비하지 않을지’를 매번 정신집중 해서 선택해야 하는게 좀 버겁다는 거. 푸시는 언제든 설정에서 끌 수 있지만 어느 앱이나 디폴트는 (최대한) on 으로 두려 하고, off 를 하려면 소비자가 액션을 취해야 하는데

끊임없는 추천, 끊임없는 푸시, 그 중에서 무엇을 택하고 무엇을 ‘택하지 않을지’ 그 선택을 계속 강요받는듯한 느낌.. 저는 점점 추천 시스템이 버겁거든요. 언제 문화생활을 할지 뭐를 즐길지 그런 건 다 내 의지로만 결정되는 영역이면 좋겠는데. 서비스는 나를 기다려주지 않아 참을성이 너무 없어

유투브도 구글 메인 화면처럼 검색창만 보이면 좋겠는데 ㅎㅎㅎㅎㅎ 그러려면 방법은 하나다 추천 시스템을 도입한 컨텐츠 서비스는 반드시 추천 off 스펙을 가져야 한다고 법제화 하는 것밖엔 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