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Date | Tweet |
---|---|
2020-01-24 | 집에 왔는데 벌써부터 우울하다 아무 일도 없었는데 그냥 너무 갑갑하다 상담 가고 싶다 |
2020-01-27 | 상담 다니면서 뭔가 나아진게 있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데 우는 날이 많아진 거 같다. 감정 배출이 좀 더 쉬워진 게 아닐까 혼자 짐작해 봅니다. |
2020-02-17 |
오늘 회사 동료 분이 청첩장을 주시면서 봉투에 내 캐리커쳐와 함께 ‘스마트하고 친절한 ㅇㅇ님!’ 하고 써주셨다. 나랑 같이 일하는 사람이 나를 보며 친절이란 키워드를 떠올릴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고, 난 이 분한테 뭘 해드린 게 없는데 왜 이렇게 잘해주시지.. 가 불안하다.
상담 선생님한테 가져가면 ‘거봐요, ㅇㅇ님이 생각하는 자기 자신과 남들이 보는 ㅇㅇ님이 많이 다르죠?’ 하시겠지만 마음으론 잘 모르겠는걸. 정작 청첩장 주신 분은 가벼운 마음으로 써준 걸텐데 😂 |
2020-02-18 | 상담 가서 저 요즘 운동 열심히 하고 뭐도 열심히 하고 되게 성실하게 살아서 우울이 많이 사라졌다고 했더니 선생님이 ‘ㅇㅇ님이 갖고 있던 감정적인 문제는 하나도 해결된 게 없고 그건 오히려 회피’로 선 그으셔서 속마음 들킨 기분이었음 ㅎ |
2020-02-20 | 오늘도 상담 가서 티슈 팡팡 썼고 힘들었던 나를 위해 초밥 먹으러 왔다 고등어초밥이 리뉴얼됐는데 너무 맛있어서 눈 뾰로롱 해짐 |
2020-02-27 |
상담 받을 때마다 선생님이 지난주 상담 받고는 괜찮았냐고 묻는다. 매번 네 그럼요 ^^! 하지만 사실 순도 100% 로 괜찮은 날은 하루도 없었던 거 같다. 오늘은 아무도 시키지 않은 회사 일을 몇시간 더 붙들다 맥주 500 을 마시고 약물의 힘으로 행복을 얻었다!
사실 매번 선생님이 나를 답답하게 생각하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정작 선생님은 왜 자기 자신에게 그 정도로 자신이 없냐고 하시겠지만.. 어렵당 |
2020-03-05 |
몇주째 상담에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 스스로를 어떤 틀 안에 가둬서 보는 걸 멈추기, 남이 어떻게 생각할지에 초점 맞추는 걸 그만하고 (심지어 그건 내가 생각한 남이지 ‘진짜 그 사람’의 생각도 아님) 나에게 집중하기. 근데 같은 얘기를 반복해서 들어도.. 잘.. 모르겠단 말이지…
난 나 자신에 대한 고정관념이 꽤 확고하다. 가령 난 정적인 사람이다 같은 것. 그래서 정적인 타입의 액티비티가 재밌으면 ‘이게 내 취향인가봐’가 되고 웬일로 아웃도어가 재밌으면 ‘잘은 못하지만 배워가는게 재밌나봐’가 된다. 근데 다들 그렇게 사는 거 아냐..? 그런 이미지가 하나도 없으면 어떻게 나다움을 정의하지? 내가 너무 일본 서브컬러식 캐릭터 메이킹에 익숙해서 2D와 3D 의 차이를 구분 못하는 건가 ㅎㅎㅎ |
2020-03-12 | 상담 들어갈때: 나 지난주에 비하면 진짜 발전했어 오늘은 즐거운 이야기만 하고 나올 수 있을 거야 상담 끝나고 나올때: 너무나 충격적인 키워드를 들어서 할말잃음 또 울었음 |
2020-03-26 |
내 감정이 격할 땐 최대한 가라앉히고 말을 정제해서 듣는 상대방이 행여 놀라진 않을까 신경 쓰고, 상대방 감정이 격할 땐 내가 이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는 게 가장 좋을까를 고민한다. 나는 누굴 만나도 감정과 감정이 맞닿는 일이 없다. 늘 감정과 생각이 만나지.
상담 선생님은 감정을 음식에 비유했다. 음식을 먹고 나면 먹었다는 기억은 없어져도 양분이 되든 지방이 되든 어딘가엔 남듯이 감정도 정화를 하지 않으면 결국 어딘가에 남아 있다고. 누르고 가라앉히고 정제한다고 공중 분해되진 않는다고. 내 감정이 너무너무 격하고 정말 꼭지가 돌 때,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한껏 털어놓을 수 있고 그 감정이 지나가도 ‘얘가 나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 날로 우리 당장 상담 종결해도 된다고 말씀하셨지만.. 너무나 멀고 먼 산이다 허허 하지만 꼭 그런 경험을 해야, 정말 온~전히 감정이 맞닿는 걸 겪어봐야 내가 이 괜찮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고. 그걸 느껴야 나를 사랑할 수 있다고. 아무랑도 감정을 섞지 않으면 알 수 없다고, 감정 찾기는 우리 꼭 해내자는 약속을 했다. “감정적인 엄마를 대하는 게 너무 버거워서 도망쳤는데,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조차 엄마를 대하듯이 하고 있잖아요. 안 억울해요?” 하고 물으시는데 와 그건 정말 너무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에 욱했다. 아 힘들다.. 나는 어디에 있나. 허허. |
2020-04-03 | 상담 선생님이 매일매일 햇살은 꼭 쐬라고 그러셨어요 |
2020-04-05 | 다음주 상담 가면 자랑해야지 선생님 말씀대로 일조량 많이 채우고 산책도 열심히 햇어요 |
2020-04-09 |
상담에서 드디어 죄책감에 대해 짚었다. 나의 이 넓고 깊은 죄책감..
아픈 사람이 질문을 하는데 거기에 죄책감으로 답을 하면 병리를 더 키우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내가 죄책감을 느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차라리 이거다. |
2020-04-11 | 상담 선생님이 우리 이제 죄책감만큼은 뿌리뽑아 보자고, 다음 시간까지 잘 생각해 보세요~ 했는데 아무리 애써도 뭔가 생각이 전개되지 않는다. 죄책감.. 죄책감…. 아니 다들 엄마한텐 죄책감 느끼고 사는 거 아니었어요? 난 이거 K-도터면 모두가 공유하는 공통 정서인줄 알았는데? |
2020-04-23 |
어떻게 매주 상담가기 전마다 ‘이만하면 나 전에 비해 많이 괜찮아졌지!’ 생각하고 상담 가서 울 수 있냐.. 이걸 매주 겪으면서 어떻게 그 담주엔 ‘아냐 이만하면 괜찮지!’를 진심으로 생각할 수 있냐 배우는 게 없네 증말 ㅋㅋㅋ
매순간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은 강박이 너무 심하다. 내가 내 친구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까봐 무섭고 (그 말은 하지 말걸 그랬나! + 나도 이거 해줄걸 그랬나!) 매일 알차게, 그러니까 모두의 눈에게 생산적으로 보일만한 하루를 보내야 한단 생각이 한가득이다. 자기 자신에게 가해자가 되는 건 이제 그만하자, 이런 식이면 ㅇㅇ님은 영원히 엄마를 용서하지도 자신을 찾지도 못한다는 말이 너무 아프다 그치만 사실이지 히잉 |
2020-04-23 |
모두가 MBTI 유행에 올라탈 때 전 그 트렌드를 많이 싫어했는데, 나를 어떤 카테고리로 분류해서 그 카테고리에 나를 맞추려고 하는 습관을 상담에서 지적받아서 진짜 열심히 고쳤거든요. 뭔가 개발자다워야 할 거 같고 (개발자다운게 뭐냐구요? 저도 모릅니다 모르면서도 그걸 놓지 못함)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니까 내향적인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나도 좋아할거야 (??) 같은 말도 안되는 생각에 오래 힘들었고 고치려고 애썼는데.. MBTI 놀이는 이걸 다시 원복시키는 거잖아요? 다 드립이고 개그인건 알지만 그래도 싫은 건 어쩔 수 없었다 근데 오늘 탐라를 보니 진짜로 MBTI 를 신봉하는! 그 테스트로 판명된 정체성에 자기를 끼워맞추며 자기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람이라고 믿는! 바보가 나타난 게 아니겠어요 세상에 마상에 |
2020-05-07 | 오늘 상담 가서 직장/이직 얘기 하다가 ‘사실 연봉 욕심이 별로 없어요 혼자 사는덴 지금도 지장 없어서..’ 그랬더니 ‘아니 혼자 살면 더욱 돈이 필요하죠 돌봄 노동이 필요할 때 다 돈으로 해결해야 하잖아요!’ 하셔서 아 그런가 하고 납득했다 |
2020-05-10 |
책을 읽거나 어디 놀러가거나, 하다못해 근처 카페라도 다녀와야 괜찮은 주말을 보낸 거라는 강박을 가질 때가 있었는데. 상담 다니면서 조금씩 풀어가고 있다. 생산적으로 행동하도록 계속 나 자신을 채찍질하지 않으면 집에서 한없이 썩어들어가는 쓰레기가 될 줄 알았지만 또 그렇진 않구나.
티알피지 세션은 재밌다. 로오히도 재밌어. 글쓰기도 재밌어! 비록 이번 주에 쓴 글은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매번 마음에 쏙 들게 준비해서 결과물을 내놓을 순 없는 거고. 책은 한 세 페이지 읽었나? 예전 기준대로면 한 게 아무 것도 없는 무의미한 주말이었는데 전혀 자괴감이 들지 않는다. 클로바 스피커 음량 빵빵하게 올려서 페퍼톤스 노래 들으니까 기분도 좋고, 한시간 정도 산책도 다녀왔고. 어제 하드 클리어하고 받은 암헬가는 벌써 40렙을 눈앞에 두고 있고 ㅋㅋㅋㅋ (물약 다 암헬가 먹이는 중..) 에헤 신난당 |
2020-05-28 | 상담 센터에서도 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단 사실을 오늘 결제하면서 알았다 우왕 신나 |
2020-06-02 | 감정… 감정.. 어렵다 생각할수록 어려워 뭘 떠올려도 상담 수기식 결론 (조금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의 에세이로 귀결돼 이거 안하고 싶은데.. |
2020-06-04 | 상담 30회기 달성! 오늘은 초밥 하나 더먹어야지 |
2020-06-05 |
그간 지레 겁먹어 한번도 시도해본 적 없는 것들을 해보자고 큰맘 먹고 쇼핑몰에서 원피스 주문했는데 ㅋㅋㅋ 도착한거 집에서 입어보고 빵터졌다 와 정말 이렇게 어색할수가
좀 더 밋밋한 거부터 시작할걸 그랬나? 이런 걸 입고 돌아다니는 나 자신이 상상이 안되는데? ㅋㅋㅋㅋㅋㅋ 아무도 모르게 혼자 여행가서 혼자 조용히 입고 산책만 하고 돌아와도 대단한 발전일듯.. |
2020-06-13 | 문제의 레드 원피스를 입고 외출해 보았다 현재까지의 감상 : 여장남자가 된 거 같은 이 기분 뭘까.. 수치플..? |
2020-06-18 | 상담 30회기가 지났는데도 아직도 울 일이 있다니 나 참 허 참 |
2020-06-25 | 상담이 너무 아파요 흑흑 요근래 되게 순항이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여러 방법으로 찔러보고 있는데 정말 이 부분만큼은 안 바뀌네요 ^^;’ 를 면전에서 들어서 찐하게 상처 입었다 ㅠㅠ |
2020-07-05 | 매주 주말에 친구를 만나는데 회사가 어쩌구 커리어가 어쩌구 주절주절 하고 나면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이 말은 왜 했지 저 말은 왜 했지 아 나 또 밑도끝도 없이 찡찡댔네 나란 인간 증말 손쓸 도리가 없다!!! 하면서 자괴감 느끼다가 주말이 끝난다 ^ㅇ^ 망했졍 |
2020-08-20 |
오늘은.. 연애를 할 때 파트너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배웠다
다들 건강한 정신을 갖고 사는구나 신기해
원래 상담 받는 날은 끝나고 회전초밥 집에서 원없이 먹는 걸 룰로 하고 있는데, 요즘 식이조절 중이라 초밥 열접시는 스킵하고 닭꼬치와 맥주로 낮춰보았다. 점심에 샐러드 먹었으니 이 정돈 괜찮겠지.. |
2020-08-27 | 상담 가서 또 (이번엔 좀 간만에) 울고 덕분에 퇴근후 루틴 다 내팽겨쳤다. 식이조절 내려두고 회전초밥 먹었고 독서 내려놓고 만화 보고, 운동 내려놓고 자두 먹었다. 히잉 |
2020-09-03 | 상담 40회기 달성 예이~~ |
2020-09-18 |
오늘자 상담. 선생님이 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얼마 전 야외에 천막 쳐서 만든 성당 (그곳이 성지라서 그렇게 한다고 하셨다) 에서 미사를 보는데 갑자기 새들 한 무리가 날아가서 사람들이 깜짝 놀랐단다.
그러자 목사님이 ‘원래 이 근처에 살던 새들인데 둥지 이사할 시기가 돼서 그렇다’고 설명하셨다고. 그런데 그 중 새끼 한 마리가 이사한 둥지로 못 날아가고 원래 집에서 떨기만 하더란다. 어미 새는 당황한듯 두 둥지 사이를 계속 오가며 날갯짓하기 바쁘고. 그런데 그 상황에서 남은 한 마리를 계속 어미가 케어해 줄수는 없다고 한다. 스스로 새 둥지에 날아갈 수 있어야 사냥도 직접 할 줄 알게 되고 뭐 그렇다고. 근데 선생님은 그걸 보면서 ‘어미에게 제대로 의존해보지 못했구나, 사랑받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드셨다고 했다. 부모에게 한껏 의존적이었을수록 쉽게 날 수 있다고 한다. 부모가 하는 말을 다 믿기 때문에 ‘날아!’ 하면 곧이곧대로 ‘네!’ 하고 날아갈 수 있다고. 반면 온전히 의존해보지 못하면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부모를 못 믿기 때문에 날아가지 못하는 거라고 말하셨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제대로 의존적이었던 사람이 제대로 독립적이기도 쉬운 거라는 결론을 내주시며 ㅇㅇ님은 어떤 거 같아요? 하고 나를 지긋이 보시는데 난 할 말이 없엇서…. 좋은 평가를 들으면 ‘저 사람이 너무 착한 사람이라 나를 배려해서 말해주네’로 받아들이고 나쁜 평가를 들으면 다 진짜 내 단점이라고 생각하고 허버허버 퍼먹는 편향도, 내가 하찮은 사람이란 걸 들킬까 매번 두려워 하는 것도 정말 극복하고 싶은데! 쉽지 않아.. |
2020-09-24 | 돌고 돌아, 다른 그 누구보다도 나를 가혹하게 대하는 나 자신에 대해 얘기했다. 가치를 끊임없이 증명하지 않으면 단체에 수용되지 못할 것 같은 불안.. |
2020-10-15 | 난 내가 쏘시크쏘쿨한 사람인줄 알았지.. 근데 스스로한테 솔직하자고 마음먹은 뒤로부터 세상 이런 쫄보가 없다 다 쫄려 다 무서워 |
2020-10-28 |
오늘은… 숨쉬는 것만으로도 지친다
쓰레기 버릴 힘도 없고 설거지할 힘도 없고 책읽을 힘도 없고… 아까는 계란말이 먹으면서 울었다 무려 10개월만에 엄마표 반찬 먹었더니 갑자기 눈물이 핑 돌지 뭐에요
다들 이 미친 세상 외로운 세상 무슨 힘으로 살아가나. 세상 사람 다 존경스럽당. |
2020-11-26 | 아까 만년필보다 훨씬 더 기념비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나 오늘 상담 1차 종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