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목표였던 ‘한 달간 트위터 로그아웃’을 1월 31일에 끝냈다. 2월 1일에 로그인하나 1월 31일에 로그인하나 별 차이는 없을 거 같아서 31일에 트위터를 접속했고, 가장 먼저 필로스 편집부 계정을 확인했다. 분명 작년 하반기에 나올 거라고 했던 마틴 가드너의 책이 아직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각날 때마다 알라딘에서 한 번씩 검색해서 아직 출간되지 않았음을 확인했지만 혹시 편집부 계정에 따로 공지가 올라왔을지도 모르니까. 그러나 편집부 계정에서 내가 알게 된 건 기다리던 책 소식이 아니라 디스이즈텍스트 : 논픽션 북페어라는 행사의 존재였다. 이번 주말에 해당 행사가 있어서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논픽션⋯ 북페어? 눈 돌아가게 만드는 단어들의 조합에 바로 입장권 판매 페이지에 접속했다. 토/일 양일간 진행되는데 입장을 아무때나 할 수는 없고 하루에 다섯 타임으로 시간이 정해져 있다. 그리고 한 타임에 입장 가능한 사람 수는 사전 예약자 50명과 현장 입장자 10명뿐. 공간이 작은 편이라 통제가 안 될까봐 일부러 이런저런 제약을 두신 거 같았다. 그런데 정말 다행히도 내가 확인했을 때 일요일에 딱 한 타임, 정확히 한 장의 표가 남아 있었다. 행사가 인기 없어서 남아 있던 표일리는 없고 누군가의 불가피한 취소표로 보였다. 두 장 이상 남아 있었으면 둘 다 내가 지르고 동행을 구했을 텐데, 어쩔 수 없이 혼자 다녀오게 됐다.

그 결과 이번에 구매한 책들.

  1. 김지은, 빈고 - 자본의 바깥 (힐데와소피)
    • 자본주의를 문제적으로 바라보는 책이 요즘 부쩍 늘었다고 느끼는데, 아무래도 문제의식을 심어주는 데에서 끝나는 책이 많고 실천에 대한 책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고 느끼던 차 요 책을 보고 바로 샀다. 빈고가 무엇인가 하니 2010년부터 지금까지 운영되어 온 해방촌의 공동체 은행이라고. 근데 나는 공동체 은행이라는 단어를 이번에 처음 들어봤다. 그게 뭔지 궁금해서 일단 구매.
  2. 마쓰시타 류이치 - 동아시아 반일 무장전선 (힐데와소피)
  3. 김지원 - 메모의 순간 (오월의봄)
    • 이건 사실 알라딘 추천 탭에서 여러 번 봤던 책인데, 제목만 보고 아무튼 시리즈 정도의 가벼움을 예상해서 패스했다가 오늘 실물 책을 보고 오? 싶어서 샀다. 재밌을 거 같다.
  4. 문규민 - 신유물론 입문 : 새로운 물질성과 횡단성 (두번째테제)
    • 이 책은 사실.. 얼마 전 친구와의 카톡에서 ‘진짜 유물론적 현대인 같다’는 말을 들은 게 생각나서 집었다. 그 말을 듣고 내가 보낸 톡 내용을 다시 읽어보니 왜 유물론적이라고 했는지는 이해가 됐지만 어쨌든 철학 공부를 찐하게 한 친구와 달리 유물론을 사전 정의로만 알고 있는 나로선 그 말이 바로바로 와닿지 않아서, 나도 친구 말을 같은 타이밍에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 고민을 해소하기에 적합한 책인가? 그건 읽어보면 알겠지. 영 딴 얘기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행히 알라딘 리뷰를 찾아보니 난이도는 정확히 내가 원하던 수준 같고, 책 편집도 내 기준엔 예쁜 편이다.
    • 여담이지만 두번째테제 부스 매대에서 ‘망고와 수류탄’을 발견하자마자 저 이 책 너무 좋아한다는 주접을 참을 수 없었다. 그 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나 말고도 많겠지만 말이다.
  5. 이창용 - 한국어의 투쟁 (빨간소금)
    • 이주 노동자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을 하는 저자의 노동 실태 고발 및 투쟁기. 한국 사회는 한국 밖의 손님들에게는 온갖 아양을 떨며 ‘한국어’라는 상품을 팔지만, 한국 사회의 일원이 되어 한국어를 배우는 이주민들은 식당에서 무전취식하는 이들처럼 대한다. 라는 추천사 첫 문장을 보고 오케이! 하고 집었다.
    • 여담이지만 이 출판사의 신간 ‘포퓰리즘 이성’이 최근 알라딘 추천 탭에 자주 떠서 그 얘기를 부스에 계신 분들께 했더니 ‘그게 추천에 뜬다고요??’ 하고 혼란스러워 하셨다. 슥슥 펼쳐보니 ‘포퓰리즘 이성’도 재밌어 보여서 간 김에 한 권 사려고 했는데 ‘이 책을 사고 싶어하는 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해서 오늘은 견본만 챙겨왔어요..’ 하는 멘트를 듣고 파하하 웃었다. 왜요.. 논픽션 북페어인데 이런 책 사고 싶어하는 사람 올 수도 있지..

그리고 행사에 대한 전반적인 감상

  • 행사 운영이 정말 깔끔했다. 서울국제도서전의 인구 밀도에 지쳐버린 사람에게 최고의 밸런스.
  • 굿즈 없는 행사인 것도 좋았다. 예쁜 굿즈를 판매하는 게 마케팅에 큰 이익을 준다는 걸 알지만 사실 사진 한 장 찍고 나면 다시 쓸 일은 잘 없는 물건들이고, 그간 도서전이 책의 본질로 다시 돌아가길 바랐던 사람도 많았던지라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 입장권 가격이 만 원이었는데 입장권을 받으면 책 한 권 구매할 때 사용할 수 있는 5천원 할인 쿠폰이 두 장 붙어 있었다. 즉 책을 두 권 이상 구매하는 사람에게 이 행사는 무료인 셈.

결론 : 매년 열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