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분기 영화 결산
영화
톰보이
어린 아이들밖에 나오지 않는데 서스펜스가 압도적이다.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이 생각났다. 이 작품을 두고 레즈비언의 서사로 볼 것이냐 트랜스젠더의 서사로 볼 것이냐로 갑론을박을 하는 데에 화가 난다. 나한텐 그냥 내 서사였다. 치마나 화장이 죽기보다 싫은데 부모의 폭력 앞에선 어쩔 도리가 없었던 사람들의 서사.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남성다움’에 대해 고민하는 남성들에게까지 생각거리를 던져줄 수 있는 이런 멋진 영화를 두고, 자기들 진영만의 것이라고 말하는 건 욕심이 너무 지나친 게 아닐까?
1917
줄거리는 별 게 없다. 임무를 받고 수행하는 이야기인데 그 임무가 실패로 끝나버리면 영화가 안되겠지? 하지만 이 영화의 카메라 사용은 제법 신기했다. 종종 RPG 게임에서 몰입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캐릭터의 시야를 그대로 플레이어의 시야에 끌고 와 버리는데 - 슈팅 게임이라고 하면 플레이어의 스크린에 조준 장치의 시야만을 보여준다거나 - 영화가 그렇게 하고 있단 느낌이었다. 따로 역할을 배정받지 않았을 뿐 관객 역시 저 영화 안에 있고 두 주인공과 함께 움직이는듯한 감각. 심지어 맡은 임무가 전쟁의 흐름을 좌지우지 할만큼 중대한 거라니 얼마나 짜릿해.
서사 위주로 즐기는 내 취향에 쏙 들어맞진 않았지만 영화관에서 보기엔 좋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