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퍼펙트 블루’가 너무 인상적이었어서 이 작품도 볼려고 계속 벼르고 있었고, 영상자료원 놀러간 김에 감상하고 나왔다.

  • 보는 내내 인셉션이랑 소재, 연출이 너무 비슷해서 나중에 검색해 봤는데 인셉션이 이 작품을 참고했다는 설이 많다. 물론 놀란 감독이 직접 밝힌 적은 없지만 네티즌들이 만든 비교 영상을 보면 몇몇 장면은 파프리카의 실사판이 인셉션에 들어있기도 하다. 베꼈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참고를 아예 안했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정도. 콘 사토시 감독 본인이 고인이라 아마 영원히 해결되지 않고 묻힐 것 같지만, 그래도 이 작품을 보고 일본판 인셉션이라고 말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 꿈과 현실을 뒤섞다 못해, 애초에 그 둘 사이에 경계선 같은 건 없었다고 말하는 게 너무 인상적이었다. 기대한 만큼의 연출과 기법이었고 충분히 만족하면서 봤다. 다만 퍼펙트 블루와 동일하게 주인공의 역경으로 강간씬이 등장하는 건 여전히 불편했다. 두 작품 다 여성 주인공을 함부로 소비하지는 않지만 섹슈얼한 부분을 절대 허투루 넘기지도 않으며, 주인공 주위엔 비뚤어진 욕망으로 주인공을 탐하는 남성이 늘 존재한다. 그리고 이 남성들이 일으키는 사건이 작품 내의 클라이막스이자 주인공의 가장 큰 역경으로 작용한다. 20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걸 감안해야지 싶다가도, 아니 근데 꼭 강간이라는 소재를 써야 하는 건가 싶고.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생각이 오락가락 하고 있다.

  • 하지만 결국 ‘천년여우’도 볼 거 같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