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지 못한 영화들
레드+매니페스토
뉴트로시네마 기획전에서 ‘레드’라는 단편영화와 함께 한 세트로 관람했다. + 라는 특수기호가 들어가 있어서 그런지 검색할 때 가끔 제목이 깨져 보인다. 그러게 왜 두 영화를 합쳐서 등록했어..
매니페스토에 대해 먼저 얘기하자면, 포스터에 쓰여 있는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 라는 문구는 거짓말이 아니다. 도발적인 홍보 문구가 아니라, 이 영상은 정말로 영화가 아니다. 어느 미술 전시회에서 전시용으로 만들어졌던 영상을 하나로 묶은 것에 불과하다. 어떻게든 이 안에서 서사나 구조를 읽어내려고 했던 나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그렇다. 이 영상물은 예술계에서 중요하게 여겨졌던 여러 -주의, -니즘, 선언들을 다룰 뿐 그 이상 영화로서의 체계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간결하게 잘 다듬어진 문장 몇 개, 케이트 블란쳇의 얼굴은 참 좋았지만 전시회에서 시간 넉넉히 가지고 여유롭게 봤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았다.
레드는 단편인지라 유투브에 전체 영상이 올라와있다. 이것도 영화보단 행위예술을 녹화한 영상에 더 가까웠던 것 같지만, 매니페스토 보다는 좀 더 영화적인 재미가 있었다. 수컷을 죽인다는 스텝은 좀 진부했지만 케이트 블란쳇이 좋아했을 법한 실험적인 스타일이다 싶었고 각 장면의 의미를 나름대로 생각해 볼 수도 있었고.. 라고 쓰긴 했지만 두 번 보고 싶지는 않다.
지구 최후의 밤
이동진 평론가가 5점을 줬길래 모 아니면 도를 기대하고 갔다가, 잘 만든 것 같은데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감상을 얻고 나왔다. 꿈과 현실을 뒤섞어 기묘하게 연출하는 건 정말 좋아하는 편인데 이건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색감도 예쁘고 연출도 예쁘고 롱테이크 신도 예쁜데, 그래서 정말 예쁘고 아름다운 영화를 보고 나온 건 맞는데 내가 뭘 본 건지 모르겠다 ㅜㅜ 쓸 수 있는 감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