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상은 했지만 많이 묵직한 영화였다. 구독하는 영화 유투버가 올린 영화 소개 영상을 처음 봤을 때 내 감상은 ‘부모가 나쁜 놈이네’ 였다. 그런데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니 ‘부모가 나쁜 놈이네’라고 손쉽게 비난할 수가 없었다. 물론 부모는 아동 학대를 저지른 가해자이고 악역이 맞지만, 근본적인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가 하는 질문은 답을 찾지 못한 채 남겨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영화는 아동 학대 뿐만이 아니라 가난, 여성의 조혼, 기본적인 교육의 부재, 난민들이 겪는 어려움과 그에 대처하는 우리의 안일한 태도까지 다양한 방면을 짚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주인공 자인의 부모님이 하는 말을 듣고 있자면 어이가 없고 화가 끓는데, 저 사람들이 왜 저런 사고 방식을 갖게 되었는 지를 차근차근 되짚어 보면 결국 나에게로도 도달할 것 같아서 불편하면서 마음이 아픈 영화였다.

  • 영화를 보는 내내 배우의 연기가 너무 대단하다고 느꼈다. 주인공 자인은 그냥 가난하기만 한 게 아니라 뼈저리게 궁핍하고 처절하게 외로운 삶을 살고 있는데, 이걸 직접 겪어보지 않고도 연기해낼 수 있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서 영화가 끝나면 바로 검색해 보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 끝에 나오는 자막을 보니 주인공을 포함한 모든 아역들은 실제 난민이었다. 영화를 위해 베이루트에서 직접 캐스팅했고, 지금은 유니세프의 도움을 받아 초등학교도 다니며 잘 살고 있다고. 연기력에 대한 궁금증이 풀림과 동시에, 이게 모두 저 아이의 자전적 이야기 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아팠다. 또 지금은 아역들이 잘 지내고 있다는 데에 안도를 느껴야 할지, 우리 눈에만 보이지 않을 뿐 여전히 이 영화 같은 생활을 반복하고 있을 다른 사람들을 생각해야 할지 혼란스럽기도 했다.

  • 예전에 학교에서 국제분쟁과 미디어 수업을 듣고 의기충천하여 샀던 ‘베이루트에서 예루살렘까지’ 책이 생각났다. 거의 백과사전 만한 두께의 책을 사놓고 결국 열 페이지도 채 읽지 않았던 게 이 영화를 보면서 기억나서, 집에 가면 몇 페이지 정도는 더 읽어보잔 다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