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크백 마운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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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극장에서 재개봉을 봤다. 본 지 한 달은 된 것 같은데 12월이 너무 바빴어서 이제야 쓰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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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특별히 뭔가 기대하고 간 것은 아니었다. 퀴어 영화가 지금만큼도 환영받지 못하던 시대에 어떤 퀴어 영화가 탄생했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절반 이상이었다. 명작으로 불리는 영화니 봐두면 좋겠지, 하는 정도.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더 서정적인 멜로 영화였다. 15세 관람가 치고는 상당히 수위가 있어 조금 놀라기도 했지만 두 주인공의 감정선과 표정이 너무 애틋하고 애절해서 보는 나까지 마음이 아플 정도였다. 그리고 배경으로 보이는 자연 풍경이 너무나 압도적이라, 왜 이 영화의 제목이 브로크백 마운틴인지 단박에 이해할 수 있는 풍경이었다. 어떤 기억을 떠올리면 그 순간의 분위기와 풍경, 향기까지 모두 생각나는데 두 주인공은 처음 만난 장소도 몰래 밀회를 가진 장소도 모두 브로크백 마운틴이었으니 이 장소 자체가 곧 서로를 뜻하는 풍경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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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인공의 직업을 카우보이로 설정한 게 마치 편견에 대한 정면 도전 같았다. 남성성의 상징으로 많이 사용되는 카우보이를 퀴어 영화에 집어넣는 건 상당한 모험이었을 것 같은데, 하물며 이 영화는 2018년이 아닌 2003년에 개봉했던 것이니 감독이 얼마나 틀을 깨고 싶어했는 지가 느껴져서 그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물론 이 영화는 퀴어 영화로서의 정체성보다 서정적이고 고전적인 멜로로서의 정체성이 더 강해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나쁜 의미가 아니라 장르적인 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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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인공의 사랑만큼이나 브로크백 마운틴의 풍경과 배경 음악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