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공은 이란에서 태어나 이란과 프랑스를 오가며 자랐다. 그래서 주인공의 삶에는 이란-이라크 전쟁과 이란의 불안정한 정치 상황이 늘 자리하고 있다. 감옥에 갇혀 있다가 돌아온 삼촌, 전쟁에 휩쓸려 죽은 옆집, 너마저 이런 환경에 있을 순 없다며 주인공을 프랑스로 보내는 부모님까지.

  • 하지만 이런 극적이고 불안한 환경과 별개로 주인공이 겪는 성장통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펑크 문화에 깊게 빠져 약간의 중2병 시절도 보내 보고, 사랑에 빠져서는 ‘이 사람이야말로 내 운명이 틀림없어!’ 라고 철썩같이 믿었다가 배신당하기도 하면서 조금씩 어른이 되어 간다. 나중엔 프랑스에서 한참 방황하다가 다시 이란으로 돌아오는데, 크게 하는 일 없이 집에서 빈둥빈둥 하면서 지내는 걸 보면 이거 어딘가 익숙한 풍경 같은데, 하는 느낌도 들게 된다.

  • 정치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긴 하지만, 전부 뒷배경과 상황으로 작용할 뿐 이 애니메이션이 진짜로 힘을 싣고 있는 부분은 정치보다는 주인공 개인의 삶이다. 뭐 때문에 이렇게 박 터지게 싸우는 지도 잘 모르겠는 상황에서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휩쓸리는 국민들의 삶. 특히나 가면 갈수록 심해지는 억압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음악 CD 도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없고 술도 마시면 안 된다니 그럼 무슨 재미로 살지.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충격적인 건 여성에 대한 생각이었다. 미혼 처녀는 사형시킬 수 없다는 율법 때문에 강제로 결혼시키거나 강간한 다음에 사형을 시킨다는 대목에선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 재미를 위해 볼 수 있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간만에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내용도 인상적이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