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로 간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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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보러 서울극장까지 다녀왔다. 나 이외의 관객들 대부분이 교회인지 성당인지에서 같이 오신 분들 같아서 어리둥절했는데 마지막에 엔딩크레딧 올라갈 때 보니까 추상미 감독님이 종교인이었다. 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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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추상미 감독님이 영화 “그루터기”의 제작을 위해 폴란드로 사전 조사를 떠나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장르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운데, 그렇다 해도 결국은 “그루터기”를 위한 준비 과정이지 결과물이 아니기 때문에 완성된 이야기를 들려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내 시선에 이 영화는 하나의 작품이라기 보다는 추상미 감독님의 잔잔한 안부 인사로 보였다. 저 요즘 이런 거 하고 있어요,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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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평점을 보니 “북한의 실태를 알 수 있는” 영화였다는 댓글이 종종 보이던데, 그건 이 다큐멘터리의 메세지와는 거리가 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일단 영화 도중에 밝혀지다시피 폴란드로 이송되었던 전쟁 고아들은 북한 고아들만 있는 게 아니라 남한 출신들도 상당수 섞여 있었기 때문에 이걸 북한 이야기로만 단정 짓기엔 무리가 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언어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동양인 고아들을, 세계 2차 전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폴란드 사람들이 온 마음 온 사랑으로 돌봐주었다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상당히 종교적인 교훈 같긴 하네) 북한의 실태나 현황을 조명하고 있지는 않고, 오히려 “힘들고 가난한 북한”의 이미지를 어설프게 가져다 쓰는 건 가급적 지양하고 있다. 그건 아마 우리가 새터민들을 대할 때 가장 해서는 안 되는 행동 중 하나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