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판 왓치맨. 왓치맨이 히어로물 장르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아메리칸 슈퍼히어로 장르에 버무려 이야기한다면 이 작품은 80년대 일본에서 유행했던 메카물/초인물 (ex. 우주소년 아톰)에 섞어서 풀어놓고 있다. 당시 일본 사회에 대한 풍자와 온갖 메카물/초인물에 대한 오마주가 들어가 있어서 해당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매우 감격하며 볼 수 있으나, 그런 배경 지식이 없어도 작품 안에 꽉꽉 담긴 철학만으로도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 다만 이 작품은 요즘 트렌드와는 일억광년 만큼의 거리가 있다. 과거와 현재의 일들을 뒤죽박죽 섞어서 보여주는데 그 연출이 꽤 난해해서 집중하고 보지 않으면 줄거리를 이해하기도 벅차다. 3화 쯤에 딱 한 번 나왔던 캐릭터가 18화쯤 가서 다시 나오는데 혹시나 얘가 누군지 잊었을 시청자들을 위해 다시 한번 설명해 준다던지 하는 친절함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히로아카에서 매번 캐릭터들 개성을 설명해주던 게 떠올라서 새삼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캐릭터 팔이에 최적화된 전형적인 캐릭터도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머리를 비우고 작화 퀄리티와 캐릭터의 매력에만 집중하고 싶은 사람에겐 구미가 안 당기는 작품일 수도 있겠다.

  • 북미판 블루레이를 예약 주문했고, 블루레이가 오면 한 화 한 화 다시 볼 예정이다. 아마 내 마음 속 베스트 5에서 쇼와 겐로쿠 라쿠고 심중과 함께 빠지지 않는 작품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