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피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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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13화는 안 봤다. 하지만 어차피 2쿨짜리 작품이라 13화가 마지막 화도 아닐 뿐더러, 그걸 보고 안 보고에 따라 감상이 달라지진 않을 것 같아서 리뷰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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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만화에 가득했던 90년대 감성을 떨쳐버리고 현대 배경의 스토리로 재탄생했는데 그 결과물이 꽤 괜찮다. 각 캐릭터도 매력적이고 액션신의 퀄리티도 괜찮으며, 무엇보다 하드보일드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건조하고 비정한’ 분위기와 감성이 잘 살아있어서 좋았다. 다만 (하드보일드에서 자주 있는 일이지만) 악역들 못지 않게 주인공 편인 캐릭터들이 많이 죽는다. 그것도 짧고 깔끔하게 총 한 방으로 죽는 게 아니라 길고 잔인하게 죽어서 몰입해서 보고 있던 시청자를 힘들게 만든다. 내가 이래서 코드기어스 볼 때 참 힘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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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 두 주인공, 애쉬와 에이지의 브로맨스는 이 작품의 매력이라면 매력이고 걸림돌이라면 걸림돌이다. 안 그래도 무미건조하고 사람 많이 죽는 작품에서 이거라도 없었으면 숨 돌릴 틈조차 없지 않았을까 싶지만, 그냥 무난하게 봐주기엔 둘의 브로맨스 서사는 너무 전형적이다. 불운한 과거와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진주인공을 때묻지 않은 순수한 캐릭터가 정신적으로 구원하는 스토리는 정말이지 낡디 낡아서 레퍼런스를 찾으려면 미녀와 야수까지 올라가야 한다. 그리고 에이지는 초반에 장대높이뛰기 실력 한 번 보여준 걸 제외하면 자기 힘으로 하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 특히 후반부에서 에이지가 인질로 납치당한다 > 애쉬가 구하러 온다는 패턴이 반복되는 걸 보고 있으면 이게 브로맨스인지 왕자님 공주님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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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애쉬 캐릭터가 참 좋았다. 에이지보단 애쉬가 몇 만 배는 매력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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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돌아다니다가 바나나 피쉬 일러스트집 “ANGEL EYES” 에 실린 일러스트들을 봤는데 좀 혼란스럽다. 에이지와 애쉬의 로맨틱한 스킨십 장면들이 많이 들어가 있던데, 아무리 BL 코드가 들어간 작품이라지만 작가가 직접 이런 걸 그려서 팔 줄이야.. 나무위키 문서의 장르 항목에 하드보일드, 액션 말고 BL 도 추가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