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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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를 제대로 다루는 영상물을 보기 시작한 건 굉장히 최근이다. 원래 진한 스킨십 장면이 많이 나오는 걸 싫어해서 19금 영화나 애니메이션은 웬만해서 보지 않는데 동성애를 다룬 미디어는 아무래도 19금 씬이 많으니까. 아직은 19금 씬이 없으면 관객들에게 로맨스로 납득시키기 어렵고 무성애자는 고려 대상에도 없겠지. 하지만 작년에 캐롤, 올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봤었고 며칠 전에 동급생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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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과 분위기 연출이 정말 끝내준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달콤한 프랑스의 여름과 아찔한 첫사랑을 그려냈다면 동급생은 일본 특유의 습기와 무더위, 한없이 늘어지는 매미 소리를 어질어질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아직은 어린 학생들의 레몬맛 탄산수 같은 첫사랑. 첫 시작이 여름일 뿐 후에 가을과 겨울도 나오긴 하지만 그래도 이 만화의 정서를 대표하는 계절은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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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캐릭터의 감정선이 정말 좋다. 영화의 캐치 프레이즈대로 이들의 사랑은 정말 ‘진지하게 천천히’ 나아간다. 둘 다 아직 서툴고 미성숙해서 답을 잘못 내리는 일도 많지만, 부딪치고 화해하고 사랑하는 모든 순간이 진심이다. 어른이 아니기 때문에 괜히 뭔가 숨기지도 않고, 머리 굴리지도 않으며 있는 힘껏 성실하게 서로를 향한다. BL 이란 걸 배제하고 로맨스 감정 연출만 놓고 봐도 최근 봤던 로맨스 장르 중에 원 탑인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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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레진코믹스에서 원작 만화와 외전(졸업생, O.B.) 까지 다 소장 결제해서 봤다. 블루레이도 샀다. 아마존 재팬에서 배송 받은 블루레이에는 제작진 인터뷰집과 (여태 다른 곳에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추가 만화, 사운드트랙 CD와 드라마 CD가 특전으로 들어있었다. 이 글 다 쓰고 나면 집에 가서 하나하나 감상할 예정이다. 역시 돈은 벌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