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너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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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라인만 보면 진부하기 짝이 없다.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남자 주인공이 명랑하고 밝지만 선천적으로 몸이 아픈 여자 주인공을 만나 구원받는 이야기. 클라나드를 포함해서 이런 류의 로맨스 스토리는 이제 지긋지긋해서 명작이라는 추천을 많이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한참을 미루다가, 마침 지난 주쯤 구독하게 된 넷플릭스에 있길래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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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생각보다 밝은 내용이 아니었다. 주인공이 갖고 있는 트라우마를 아주 길고 진지하게 다루고 있고 그걸 극복해 나가는 과정도 결코 쉽게 쉽게 그려내지 않는다. 열심히 노력한 것만으로, 혹은 생각의 전환 한 번으로 바로 성장을 이뤄내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조연들의 캐릭터 역시 한 줄로 요약 가능한 캐릭터성에 머물러 있지 않으며 각자 나름의 성찰을 이어나간다. 이 애니메이션을 만든 사람들이 캐릭터 하나하나에 애정을 담고 고민해서 만들었다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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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미술과 연출을 눈 여겨 보게 됐다. 함께 있는 사람이 누군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밤하늘의 풍경, 시간이 지날수록 채도가 떨어지는 카오리의 머리카락, 카오리가 코우세이를 일으켜 세우는 순간의 낮하늘, 끊임없이 등장하는 까만 고양이 등등.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건 츠바키와 코우세이가 해변을 걷는 장면에서 둘의 발자국이 하나였다가 둘로 갈라지는 연출, 그리고 코우세이가 수영장에 빠졌을 때 깊게 가라앉아 버리는 것이 꼭 자기 자신의 마음 같다고 느끼지만 막상 눈을 떠보니 달빛이 환하게 비치는 물속이 꽤 아름답다는 걸 깨닫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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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늘 고민하고 있고 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주인공이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던 건 기적에 가까울 만큼 좋은 사람들이 주인공 옆에 있어줬기 때문이다. 혼자였다면 아무 것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주인공이 하는 피아노 연주는 늘 누군가를 위한 것이다. 카오리를 위해, 엄마를 위해, 자신을 받쳐주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늘 마지막에 “전해졌을까? 전해지면 좋겠다” 고 말한다. 주인공의 라이벌들도 마찬가지다. 모두 누군가를 위해 연주하고, 무언가를 전하기 위해 필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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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무 의미 없는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카오리보단 츠바키가 좋다. 카오리는 음악적인 면에 있어 뮤즈였을 뿐 진정한 히로인은 츠바키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4월은 너의 거짓말을 구글에 검색하면 나오는 이미지는 80%가 카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