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보다 엄청나게 뻔한 설정. 서로를 나인이나 일레븐으로 부르는 것에서 이미 뭔가 생체실험의 대상자였던 애들이 살아있는 거구나 하고 바로 짐작할 수 있다.

  • 제목에 테러가 들어가길래 뭔가 자기들만의 뒤틀린 정의가 있어서 그걸 실현시키기 위해 테러를 하는 건가 싶어서 봤는데, 뒤틀린 정의까지 갈 것도 없이 그냥 관심을 받기 위한 행위였다. 인명 피해가 없는 테러 같은 소리하고 있네. 형사 아저씨의 말처럼 정말 “애들 장난”이나 하고 있다.

  • 그리고 짐작은 했으나 여자애는 하는 일이 너무 없다. 도움이 안 되는 정도가 아니라 도리어 민폐다. 이 여자애의 의의는, 일레븐이 얼마나 정에 굶주려 있는 캐릭터인지를 보여주는 도구 정도일까. 타케자와 아츠미 씨는 그 좋은 목소리를 왜 낭비하시는 건가요.

  • 줄거리가 나를 너무도 화나게 했다. 파이브는 그냥 주인공 일행에게 고난과 역경을 주기 위해 등장한 캐릭터인가. 파이브가 나인이 서로 그렇게 애증을 보이는 이유가 결국 “탈출할 때 못 도와줘서”가 다인가. 하다못해 생체 실험 현장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하나만 보여줬어도 지금보단 주인공 일행의 감정에 동감할 수 있었을텐데. 미국 FBI는 파이브에게 왜 그렇게 쩔쩔매는가. 파이브가 있어야 나머지 애들도 찾아서 구조할 수 있다는 건 알겠는데, 그게 파이브에게 권력을 줄 만한 이유인지는 전혀 모르겠는걸.

  • 그리고 마지막에 일레븐이 죽는 것도. 느닷없는 죽음으로 시청자에게 충격을 줘서 이거 뭔가 어렵고 의미 깊은 애니메이션이었다고 착각하게 만들려는 수작인가. 1화부터 함께한 메인 주인공을 죽일 땐 이렇게 쉽게 끝내버리면 안 된다. 복선을 착실하게 깔던지, 얘가 죽을 수 밖에 없는 전개상의 이유를 확실히 설명하던지, 아님 얘가 죽은 후 다른 주인공들이 동요하고 각성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줘야지. 캐릭터 소비 진짜 이따위로 할 거냐고.

  • 우익 비판 애니메이션이라는 말을 듣고 봤지만 매우 실망이었다. ‘우익 비판’과 ‘테러’라는 묵직한 소재를 쓰려다가 소재의 무게 때문에 스토리와 캐릭터와 개연성이 모조리 바다 깊숙이 가라앉는 풍경을 본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