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와 겐로쿠 라쿠고 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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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 대한 리뷰를 1기만 보고 한 번 썼다가, 2기를 본 다음 지웠다. 짧은 견식으로 왈가왈부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론 강철의 연금술사보다 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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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1등 공신은 누가 뭐래도 이시다 아키라다. 라쿠고가라는 직업을 가진 캐릭터를 목소리만으로 연기하는 것도 신기한데 그 캐릭터의 20대부터 70대까지를 모두 직접 연기한다는 것도 놀랍고, 무엇보다 그 연기력이… 이시다 아키라의 연기력은 단순히 ‘잘한다’고 평가하기엔 부족하다. 영화를 주제로 얘기하면서 스티븐 스필버그에 대해 “그 사람 영화 참 잘 만들지” 라고만 얘기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것처럼, 이시다 아키라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가 어렵다. 특히 라쿠고 ‘사신’에서 보여주는 연기력은 정말이지 예술의 경지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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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전 생애를 다룬 작품인만큼 캐릭터들이 제법 깊다. 난 1기를 다 보고 나서 미요키치와 스케로쿠의 캐릭터가 어렵다고 느꼈었는데, 2기까지 보고 나니 어려운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역시 살면서 친구를 만들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지만 거기에 매번 명확한 이유가 있지는 않다. 이유가 있는데 나는 영원히 모를 수도 있고, 서로 생각하는 이유가 다를 수도 있다. 연애는 더더욱 그러하다. 영원히 진실을 모른 채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을 수도 있고, 그렇다고 해서 그게 잘못이냐 하면 아닐 수도 있고. 결국 야쿠모 8대의 마지막 순간까지 보고 나면, 키쿠도 스케로쿠도 미요키치도 다들 참 고생 많았다는 마음이 들게 된다. 그래도 마지막에 (살짝 유치하기는 해도) 사후 세계에서 회포를 푸는 장면이 나왔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안쓰러워서 내가 죽을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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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기에서 ‘라쿠고 심중’에 대한 얘기가 제대로 나오는데 이 부분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자신이 아는 라쿠고의 가장 정확하고 완벽한 형태를 그대로 보존한 채 함께 끌어안고 죽겠다는 주인공과 전통을 어그러뜨리더라도 라쿠고 문화를 이어가겠다는 사람들의 대립이 흥미진진하고, 또 단순하게 어느 쪽이 옳다고 말하기 힘들 정도로 각자의 사정과 이유가 명확하기 때문에 깊이마저 깊다.
젠장 좋았던 점 뿐이야⋯ 뭐 하나 아쉬운 게 없는 애니메이션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