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9인의 학교 연대기 – 다행히, 졸업
9명의 작가가 학교 생활에 대해 쓴 단편을 모은 단편집. 얼마 전에 창비에서 이 에세이집을 출간하면서 서평단을 모집했는데 내가 거기에 당첨이 됐다. (다행히, 졸업-이라니. 정말 읽고 싶은 책 제목 아닌가? 게다가 책 뒤엔 “우린 망했다. 아주 떼로 망하고 퍼펙트하게 망했다.” 라고 쓰여있다. 누가 쓴 문구인진 몰라도 스티커로 만들어주면 노트북에 꼭 붙일 거 같다. 스케줄러에도.)
서평단을 모집한다고 했을 때부터 장강명이 쓴 단편을 읽어보고 싶었다. 이전에 읽었던 장편 ‘한국이 싫어서’가 꽤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난 원래 술술 읽히는 장편소설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지 구매는 안하는 편인데 – 한 번 읽고 나면 줄거리와 클라이막스 파악이 다 되니까 다시 손이 안 가기도 하고 – ‘한국이 싫어서’는 도서관에서 읽고도 책을 샀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었다. 강렬한 책 제목이 말해주듯이 한국 떠나서 이민 가는 내용인데, 이상하게도 다 읽고 나서 속이 시원해지진 않는다. 아니 요즘 이민만큼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 퍼부을 수 있는 토픽이 없는데 이걸 이렇게 담백하게 다루나? 싶을 정도다. 절대로 독자들이 바라는 환상의 원더랜드를 제공하는 글이 아니다. 오히려 독자가 상상에 취해서 날고 있으면 어디 가니 거기 아니야 하고 현실 바닥으로 독자를 끌어내리는 글이랄까.
이번 단편도 마찬가지. 문체는 굉장히 유쾌한데 다 읽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꿈도 희망도 없는 줄거리다. 보통 학교 생활에 대해선 미화하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ex. 그 땐 정말 별 별 일로 다 맞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사랑의 매였어, 그 땐 그저 즐겁기만 했지 그래도 순수했지, 그 때로 돌아간다면 참 행복할 텐데 등등) 이 단편은 진짜? 정말로 그랬어? 라는 의문을 제시한다. 그런 부분이 참 좋았다. 대중들에게 이게 ‘사이다’일지 예쁜 추억일지 눈치보지 않고 그저 짚을 건 짚고, 말해야 할 건 말하는 글. 요즘 말로 묵직한 팩트 폭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단편이다.
그리고 단편 제목이 ‘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인데, 이 제목이 무슨 의미인지가 가장 마지막 페이지에 나온다. 우선 이것저것 단서는 많이 펼쳐놓고 ‘독자들의 해석에 맡깁니다^^’ 하는 것보다 훨씬 깔끔하고 멋진 마무리라는 생각이 들고, 무엇보다 이 단편 마지막 문단이 마음에 많이 와 닿았다. 혹시 주위에 이 단편을 읽어본 사람이 있다면 마지막 문단의 질문을 주제로 인생 얘기 길게 해보고 싶을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