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쟁이 시니어가 되고 싶어
요즘 이영지가 너무 좋다. 영지는 본업할 때도 개멋있고 다 내려놓고 미친듯이 웃길 때도 너무 멋있는 사람이다. 심지어 웃길 때 조차도 게스트에게 던지는 질문은 다 고민 많이 해봐야 나올 수 있는 질문이라, 이 사람의 진또배기 성실함과 알찬 자아가 부럽고 존경스럽다. <차린 건 없지만> 채널에 올라온 영상도 다 봤다.
부승관도 요즘 나의 페이보릿 아이돌 중 한 명이다. 노래하는 목소리도 물론 좋아하지만, 그래도 승관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를 고르라면 그룹 전체를 하드캐리하는 미친 예능감 + 그 와중에 좀 귀여운 면이 있다는 것이다. 라스에서 윤종신의 와이파이 모창을 하는 클립, <놀라운 토요일>에서 ‘방송을 할거야 말거야’ 로 모두를 웃기는 클립 둘 다 너무 웃겨서 몇 번이나 돌려봤다. 문명특급 세븐틴 편도 재탕 자주 했고.
그리고 차린 건 없지만에 승관이 출현했길래 아따 이거다! 신난다! 하고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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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느끼는 경쟁 심리에 대해 자연스럽게 얘기하는 게 정말 건강하다고 느껴졌다. 그치 방송 업계에서 같이 일하고 예능 캐릭터로서의 포지션도 겹치는데 당연히 경쟁 심리 들지! 근데 옛날엔 그런 얘기가 별로 허용되지 않았잖아. 이런 얘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고 그걸 시청자도 알 수 있게 된 게 신기했다. 연예인도 다 그런 생각하고 사는 구나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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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없다는 얘기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난 건강하다고 느껴졌다. 세븐틴의 메인 보컬 중 한 명인 승관이 노래에 자신이 없다고 쭈뼛쭈뼛 하는 게 어찌 보면 기만 같지만 전 공감이 됐어요. 어떤 결의 고민인지 너무 알 거 같고… 세븐틴은 데뷔 7년차를 맞이했고 나는 올해로 개발자 6년차라 더 비슷하게 느끼는 지도. 그래서 영지가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하지 않고 ‘아니 그럼 난 어떡하라고;’ 로 받아치는 게 다정하다고 느꼈다. 사실 너무 맞는 말이야 영지는 어떡하라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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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성 E. 난 되게 내향적인 사람이었는데, 회사에서 리더 자리 맡으면서 사회적 E 자아가 생겨나는 게 느껴진다. 어색한 회의 주도도 해야 되고 시덥잖은 농담으로 분위기도 풀어야 되고. 또 어떨 땐 사람들이랑 어울리면서 에너지 충전이 되기도 하고. 사람 성격이 이렇게 바뀌어 가기도 하는 구나 싶었는데, 승관이랑 영지가 ‘우리 사실 사회성 E 고 수줍음 많고 칭찬도 잘 못 받아들여’ 하는 것에서 약간 동질감이 느껴졌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두 분의 사회성과 제 사회성은 다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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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업계가 아직 역사가 짧다 보니 나이 든 개발자의 향후 행보는 어떻게 되는가에 대해 데이터가 쌓인 게 없어서 (얼마 전 넥슨에서 처음으로 정년 퇴직한 개발자가 나왔다) 거기에 대한 불안이 늘 있는데, 아이돌 업계도 그 부분은 비슷한 거 같다. 나이 든 아이돌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나와 새 아이돌의 멘토 포지션이 되거나, 자기 끼를 살려 일반 방송인이 되거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 커리어 첫 시작은 노래와 춤으로 뚫고 연차가 쌓이면 다른 방향으로 선회하는 것이다. 물론 또 모두가 나이 들었다고 노래와 춤을 내려놓진 않는다. 개중엔 시대를 관통하는 뮤지션이 되는 사람들도 있지. 그치만 아이돌 본인은 그 중간에서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지금의 나 역시 기술 장인의 루트와 매니징 루트 사이에서 고민이 많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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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관은 그 지점에서 대놓고 ‘나는 고위직 야망이 있다’고 얘기한다. 회사 분들이랑 프로모션, 예능, 마케팅에 대해서 회의를 많이 하고 있고 거기에 자기도 프라이드를 느끼기 때문에, 신입 개발팀에 가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나는 아이돌이 이런 구체적인 커리어 플랜을 얘기하는 걸 처음 들어봤다. 근데 생각해 보면 이 사람들이 현업에서 일하는 한류 전문가야! 난 샤이니 기범이 한류 문화에 대해서 석사 학위 논문까지 썼다는 걸 최근에 알고 정말 까무러쳤다. 세상엔 석사 학위 논문을 쓰는 아이돌이 있구나. 방통대 다니는 개발자는 아무 것도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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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아이돌이 “나 커리어에 이런 욕심 있고 앞으로 이렇게 하고 싶어” 를 당당하게 얘기하는 게 되게 건강한 동시에 나에게 힘이 됐다. 심지어 그 욕심 중에 허영도 상당 부분 섞여있는 게 너무 솔직해 사실 나도 허영이 전부야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