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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는 참 허영이 많은 사람이구나 싶다. 책을 읽는 것도, 방통대를 다니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모두 낱낱이 파헤쳐 보면 있어 보이고 싶은 욕망이다. 어떤 사람은 인스타그램에 멋들어지는 사진을 올리는 것으로 그 욕망을 대신한다면 나는 책과 글로 욕망을 메꿔넣고 있을 뿐이다. ‘모르는 걸 알게 됐다’던가 ‘글을 쓰면서 나를 더 잘 알게 됐다’던가 하는 게 거짓말은 아니지만, 그것만으론 100%가 되지 않는다. 나 이렇게 생산적으로 알차게 살고 있어! 를 남들에게 내보여서 그걸로 존경을 받든 칭찬을 받든 피드백이 와야 노력이 제값을 하는 것이다.
첫번째 대학을 다닐 땐 나 자신의 공식적인 신분이 대학생이었다. 직업: 대학생. 공부를 열심히 하면 내가 해야 할 일은 다 한 거 였다. 그런데 지금은 공부하기 빡세다는 말을 하기가 굉장히 애매하다. 왜냐면 이건 순수한 자의로 택했거든. 직업상으로 관계가 있어서 다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내가 플러스 알파를 배워보고 싶어서 시작했을 뿐이니, 열심히 해야 할 이유도 잘해야 할 이유도 없다. 급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 가장 후순위로 밀려야 하는 과업이다. 첫째 대학 다닐 때는 공부하기 지친다 과제하기 지친다 언제 얘기해도 모두가 납득했는데 지금은 그 당위가 부족해!
그치만 힘들다 부담된다는 얘기를 참 하고 싶다. 맨날 같은 얘기로 찡찡거리는데도 귀여운 사람들이 부럽다. 좋겠다 나도 저런 러블리함이 있었으면.. 하지만 나의 찡찡거림은 전혀 그렇게 들리지 않는다. 난 그저 풀리지 않는 내 불안을 남에게 전염시킬 뿐이다. 내 얘기 들어봐 불안하지 헷갈리지 답 없는 거 같지 나만 이렇게 불안하고 답 없는 거 아니지??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아주 거대한 도돌이표 안에 갇혀있는 느낌이다. 계속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답을 찾지 못하고 우울해하다 답을 찾았다고 착각하고 괜찮아졌다가 다시 도돌이표. 도대체 뭘 어쩌고 싶은 거니? 가끔은 배를 찢어서 위장에 대고 물어보고 싶다. 님아, 대답 좀 해보시라구요. 뭐가 그렇게 불만이신데요. 돌이켜 보면 초등학생 때는 매주 주말에 회전초밥을 먹을 수 있으면 그보다 더 나은 인생은 없으리라 생각했었다. 사실 지금도 그 인생은 누릴 수 있다. 그럼 그냥 거기 만족하고 커튼콜 해주면 안될까? 뭘 언제 어떻게 하고 싶은 건지 육하원칙 중 아무 것도 채워넣지 못하면서 왜 물음표만 이렇게 확고한거니….
아는 게 많은 사람이고 싶고, 내가 이렇게 아는 게 많고(ㅋ) 열정적이라는 걸(ㅋㅋ) 누가 또 알아주면 좋겠고, 회사 네임밸류 별 거 아닌척 하지만 사실 네임밸류 끝내주는 회사를 키링처럼 달고 다니고 싶고. 식탁 위에 마치 별 거 아니라는 듯 외제차 차키 올려두는 사람, 은근히 자기가 명문대 나왔다는 걸 자랑하고 싶어하는 사람 너무 꼴불견이지 않냐고 누가 투덜대면 나는 선뜻 답이 안 나온다. 자랑하고 싶은 건.. 나쁜 걸까요? 명예가 탐나는 건 저뿐?
그냥 요즘 계속 생각나는 거 하나 더. 나는 변희수 하사님이 살아계실 적에 제대로 된 교류는 해본 적 없지만, 트위터 친구이기는 했다. 퀴친소 태그를 여셨을 때 처음 봤는데 실명을 걸고 활동하신 게 아니어서 그땐 하사님인줄을 몰랐다. 그냥 나랑 겹치는 친구가 많길래 좋아요 눌러서 서로 팔로우 했고, 그러고 시간이 좀 지나서야 이분이 그 유명한 분이라는 걸 알게 됐다. 알게 된 후로도 뭘 딱히 하진 않았다. 밀리터리에 참 관심이 많으셔서 관련 게시글이 많았고. 아 이런 걸 좋아하시는구나, 하고 스크롤 휘릭휘릭 넘겼던 기억 뿐이다. 그런데 지금은, 계정주는 더이상 세상에 없지만 자동 트윗 알고리즘은 남아 있어서 가끔 ask.fm 질문을 해주세요! 같은 트윗이 올라온다. 그 ask.fm 트윗들이 마음을 참 공허하게 만든다. 그리고 사람들이 거기에 좋아요를 많이 누른다. 나도 가끔 누른다. 아무 의미도 없지만 그냥 남은 사람들끼리 암묵적인 위로를 주고 받는다. 네 눈에도 이 플텍계의 자동 트윗이 보이는구나. 나도 보인단다. 서로 화이팅.
그리고 방금 그것이 알고 싶다 하사님 편이 방송됐는데 거기서 이 플텍계를 다뤘다는 소식을 들었다. 따따블로 공허하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