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게
요즘 케이팝에 참 진심이다. 하루종일 태민의 Act2 앨범과 이전 앨범을 듣고 또 듣고, 집에 오면 또 듣고, 신곡 이데아로 요 며칠 활동 빡세게 하면서 새 영상도 많이 올라왔다. 밤에 침대에서 데굴데굴 하면서 그거 챙겨보고 자는 게 낙이다. 최근 좀 묻어두고 살았던 덕후 DNA 가 부활했다. 뭐 하나 꽂히면 정신 못 차리는 건 초딩 때나 (가족 모두 거실에서 대장금을 보고 있는데 나는 공부 끝내야만 보게 해준대서 서러움에 펑펑 울었던 초딩 어린이…) 지금이나 똑같다. 좋아하는 책에 그런 구절이 있었다. 예전의 내가 갖고 있었던 10 중에 7이 변했고 그건 내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았지만 여전히 3은 그대로 있다고. 그래서 결국 나라고. 언젠간 3마저 버릴 수 있는 나를 꿈꾸지만 그러지 못할 걸 안다고.. 아마 이 오타쿠 DNA 야말로 내겐 애증의 무언가가 아닐까 싶다.
뭐 아무래도 좋으니 태민이 날 더 망쳐주면 좋겠다. 크리미널의 ‘더 망쳐줘’는 이걸 의도한 가사죠? 그죠?
태민을 거쳐 샤이니 옛 영상을 한참 챙겨봤다. 내가 중-고등학생일 때 샤이니가 한창 활동했었는데, 케이팝 덕질하기 최적의 시기였던 청소년 시절엔 일본 락밴드에 온 마음 다 바치다가 이제 와서 케이팝에 빠졌다. 나 지금 좀 주책인가, 생각하면 살짝 부끄럽다. 그치만 무언가 좋아하게 됐을 때 진심으로 좋아해두지 않으면 먼 미래에 후회한다. 아주 그냥 더 미쳐서 눈치 안보고 좋아했어야 했는데! 인생 전체가 그런 후회다.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건 날이면 날마다 찾아오는 게 아니니까. 그 대상이 만화든 게임이든 아이돌이든 연애 대상으로서의 누군가든.. 입덕은 언제나 희귀템.
샤이니 영상을 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눈치채게 되는 공백이 있다. 그리고 그 공백은 나를 겁먹게 만든다. 지금 시점에 입덕을 하겠다고? 멘탈 괜찮겠어? 다섯명이다가 네명이 됐지만 네명이서 여전히 활동하는 그 복잡다단함에 지금 올라타겠다고..?
주위에도 몇 번 얘기를 했었는데, 예전에 친구 한 명이 자살한 일이 있었다. 그당시 나를 가장 좀먹었던 건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이었다. 의학적으로는 심장이 더이상 뛰지 않는다, 숨을 더이상 쉬지 않는다 라고 할 수 있고 문학적으로는 ‘먼저 하늘나라 무지개를 건넜습니다’ 같은 표현을 쓸 수 있겠지. 하지만 어느 쪽도 내가 겪은 경험과는 상통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저 문을 열고 나올 것 같은데’ 도 내 경우는 아니었다. 그런 망상을 할 정도로 미쳐있진 않았다. 근데 바로 그 지점이 생경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을 겪고도 내가 미쳐있지 않다는 점이…
지금도 잘 모르겠다. 죽음이라는 건 대체 뭘까. 난 그저 그 친구가 생물학적으로 사망했다는, 아주 표층적인 사실만을 이해했다. 그건 아주 잘 이해했다. 그 뒤는 모르겠다. 들여다 볼 용기도 안 나고.
지금도 가끔, 나도 모르게 주위의 누군가가 죽은 상황을 상상하게 된다. 또다시 그런 상황에 처해지는 게 너무 무서워서 미리 탈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는 마음? 하지만 전혀 대비가 되지 않는다. 그냥 나를 차근차근히 좀먹을 뿐이다. 생각을 안하는 게 낫다는 걸 역시 이성적으로는 안다. 하지만 공포라는 게 원래 그런 거잖아요? 무서우니까 움츠러들고, 움츠러드니까 더 무섭고 무한반복이지.
짧게 쓰고 끝내고 싶어서 글제목을 아주짧게로 달고 시작했는데 영 성공적이지 못하다. 기쁘다 태민 오셨네에서 왜 우울한 자살 얘기로 왔냐면, 내가 방금 종현의 유서 전문이 실린 기사를 읽다가 도중에 너무 힘들어서 화면을 꺼버렸기 때문이다. 난 내가 이런 거에 힘들어할줄 몰랐는데, 오늘을 통해 확실히 알게 됐으니 다신 저 기사를 열어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