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은 부끄러운 취미인가
애니메이션 문화를 진지하게 다루는 유투버가 한 명쯤은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으로 검색을 해봤다. 그리고 이 링크를 찾아냈다. (내용이 괜찮아서 한글 자막을 붙이고 싶었는데 기능을 열어놓지 않은 것 같았다)
어떤 걸 정말로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걸 부끄러워 해선 안 된다. 내가 당당하게 오픈하고 드러낼 수록 이 취미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도 달라진다. 물론 어떤 페티시를 충족시키는 장르도 있긴 하지만, 그 외 대다수는 부끄럽게 여겨질 이유가 전혀 없다. 나루토를 보면서 부끄러워 하는 사람은 별로 없고, 드래곤볼을 좋아하면서 부끄러워 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 그런데 특정 작품들에 유난히 더 열광하고 목소리를 내는 커뮤니티들이 있고, 애니메이션을 잘 모르는 대중들은 이 커뮤니티들에서 다뤄지는 작품이 애니메이션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 커뮤니티들의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오타쿠’에 대한 인식으로 이어진다. 사실 오타쿠는 어떤 것에 극단적으로 빠져서 사회 능력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말하는, 애니메이션과 전혀 관련이 없는 용어다. 그런데 바디 필로우 (다키마쿠라)를 안고 다니고 모니터에 스킨십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오타쿠’ 혹은 ‘쓰레기’로 칭하고 이걸 자기 비하 웃음 코드로 써먹으면서 애니메이션 팬 전체에 대한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나는 이 사람들을 쓰레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자기 자신을 비하해서 농담으로 활용하겠다면 그건 개인의 자유다. 그런데 애니메이션 팬들 중 가장 자기 목소리를 내는 (영상에선 vocal 이라고 표현하는데 정확하게 번역하기가 힘들다) 사람들이 자신을 자꾸 비하하니, 일반 대중들은 애니메이션 팬 전체가 자존감이 낮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엔 비디오 게임이 애니메이션과 똑같이 낮은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파이널 판타지와 닌텐도에 대해 거리낌 없이 얘기했고 이젠 게임이 꽤나 힙한 취미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니 정말로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면, 내가 좋아하는 이 취미에 대해 정직하고 당당해 질 필요가 있다. 이상하고 비정상적인 오타쿠 짤방이 우리 전체를 대변하도록 내버려 두지 말고, 내가 어떤 작품을 좋아하는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서 그 짤방을 소수의 행각이란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은 애들이나 보는 취미라는 인식에 대해. 사우스 파크, 아처, 패밀리 가이, 릭 앤 모티 등등 미국에서 요즘 잘 나가는 카툰들은 대부분 아동용이 아니다. 따라서 이런 인식에는 별 근거가 없다. 그런데 도쿄구울, 엘펜리트 등을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의 예시로 드는 것은 잘못되었다. 이 들은 잔인하고 고어한 요소가 들어갔을 뿐 스토리 전개 방식은 청소년용에 가깝다. 특히 일본과 서양은 문화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일본에서 19금으로 지정된 작품이 꼭 미국의 성인층에게 잘 맞을 거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그런데 성인용 애니메이션 == 잔인하거나 성적인 묘사가 많이 들어간 애니메이션 으로 보는 사람이 많고, 한편으로 연출이 난해하거나 내용이 어려운 애니메이션을 ‘성인용 애니메이션’으로 얘기하면 그건 초심자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 (몬스터, 공각기동대, 충사, 은하영웅전설, 시리얼 익스페리먼츠 레인, 카우보이 비밥 등등)
하지만 애니메이션을 잘 모르는 초심자를 반드시 10대로 생각해선 안 된다. 어른이 되어서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가질 수도 있고, 첫 시작이라고 꼭 학원물이나 소년만화를 볼 필요도 없는 것이다. 미국에 사는 서른 넘은 성인에게 일본 학원물을 추천해 줘봤자 공감도 안 가고 연령대에도 맞지 않기 때문에 “성인용 애니메이션”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