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도 곧 쓸 거 같지만.. 오늘은 일기만.

데쿠는 모두를 미소 지으며 구원해내는 올마이트 같은 히어로를 동경했다지만, 나는 줄곧 데쿠 같은 캐릭터를 동경했다.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강한 목표가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의 옆에 있으면 나까지 의지가 불타오르게 된다. 나는 이미 중학교 때부터 “넌 실력은 있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의지가 없냐” 하는 소리를 곧잘 들을 정도로 무의욕이라, 조금이라도 더 성적을 잘 내보겠다고 의지를 불태우는 친구들 옆에 있어야 겨우 승부욕을 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

요즘은 나같은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뭔갈 하겠다고 불태우는 사람은 많지 않다. 모두가 안정적인 곳에 다다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공무원이 되고 싶고 의사가 되고 싶고 대기업에 취직하고 싶고. 아 차라리 우리 부모님이 강남에 빌딩 하나 갖고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게다가 요즘에 있어서 더 좋은 대학교나 좋은 직장을 목표로 삼는 건, 정말로 본인이 추구하는 무언가가 그 곳에 있어서라기 보다는 거기에 도달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기성세대의 가르침과 그걸 뒷받침하는 실제 현실 때문이 더 커 보인다.

“동쪽의 에덴”의 주인공인 타케자와 아키라가 종종 생각난다.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고 가고자 하는 방향도 없었지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선 망설임이 없다는 점이 타케자와의 매력이자 강점이었다. 하지만 나는 마음속 어디에도 굳게 세운 기둥 같은 것이 없다. 이런 나 자신을 싫어하지만, 처음부터 다시 되돌아볼만큼 성실하지도 못하다.

내 또래에 비하면 아마 나는 많은 걸 이뤘다. 하지만 성취감도 기쁨도 없다.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보이지 않는 적에게 쫓겨서 끝없이 도망친 끝에 뭔갈 이뤄냈을 뿐 내 의지로 꽂은 깃발은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본인이 처한 상황에서 도망치지 않고 동시에 방향도 잃지 않는 소년만화 주인공들을 동경해 왔다.

나는 언제쯤 내 나침반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