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마지막 화에서 결국 울고 말았다.

나는 왜 추억이란 게 하나도 남아있지 않을까. “그 때가 참 좋았지. 그 때로 다시 한 번 돌아가보고 싶다” 라고 말할 수 있는 한없이 따뜻하고 빛나는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으면. 이게 애니메이션이니까 만화에나 나올 법한 생활을 보여주고 있는 건지, 아님 실은 내가 너무 많은 걸 놓치며 와버린 건지 알 수 없다. 나는 초등학교로도, 중학교로도, 고등학교로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 대학교도 마찬가지다. 어쩐지 더할 나위 없이 힘들기만 했다. 어렸을 땐 인간 관계가 너무 서툴러서 왕따 생활을 견디기에 바빴고 그 다음엔 공부를 하느라 바빴다. “지금 이 순간이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제발 지금 이 시간이, 이 시기가 끝나기만을 간절히 바래왔다.

아니다. 실은 딱 한 번 그런 순간이 있었다. 나를 포함해 네 명이 한 자리에 서 있을 수 있어서 참 행복한 시기가 있었다. 지금의 이 학교 풍경과, 우리 넷의 모습과, 저녁 노을까지 담아 사진으로 찍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순간이 있었다.

그 순간을 더 많이 소중히 여겼어야 했는데. 그렇게 느닷없이 끝나버릴 줄은 몰랐다. 살면서 두 번 다시 17살의 순간이 오지 않는다는 걸, 머리론 알았어도 마음으론 잘 몰랐었다. 아무런 자각도 없이 잃어버린 그 시간이 사실은 가장 소중한 거였다는 걸 지금에야 깨닫는다.

그 때도 무언가에 쫓기고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쫓기고 있다. 천천히 내딛으면 될거라고 머릿속으로 아무리 생각해도 발은 멈추지 않는다. 흘러가는 시간과 지나가는 풍경이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