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웹툰, 『이토록 보통의』

에이-계열의 퀴어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하지만 오늘은 퀴어 얘기 말고 다른 이야기.

현명함보다는 포기가 쉽다. 포기하고 단념하고 희생하는 것은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오히려 포기하고 나면 내세울 무기가 생긴다. “난 너를 위해 이걸 포기했어”. 영원히 없어지지 않고 나를 조금 더 빛나게 만들어줄, 상대방을 조금 더 미안하게 만들어줄 무기.

감기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해서 병원에 입원해도, 그걸 연인에게 말하지 않으려고 하던 시절이 있었다. 말하면 걱정할 텐데, 걱정한다고 내가 낫는 것도 아닌걸. 그걸 달래주느라 나만 더 피곤해지지. 다 낫고 나서 나중에 얘기하면 될 거야. 물론 그렇게 미뤄서 나중에 얘기하면 상대방은 상처받았다. 하지만 난 “네가 괜히 걱정할까봐 그런 건데. 나 진짜 괜찮아” 라고 말했다. 그러면 내가 더 우위에 설 수 있었다. 나는 배려한 거고, 상대방은 어리광을 부리고 있는 것 뿐이니까. 착하려고 한 행동이었고, 나의 착함이 드러났지만, 돌아보면 더할 나위 없이 비겁했다.

나도 이다음엔 좋은 사람으로서 연애를 하고 싶다.

다음웹툰, 『우리학교 김선생님』

예전에 재밌게 봤던 작가님이 새로운 신작을 하면 알림 같은 게 오면 좋겠다. 작가님의 전작인 ‘오빠의 향기’를 재밌게 봤었는데 새 만화를 시작하신 줄 전혀 몰랐다가 며칠 전부터 보게 됐다.

이 작가님의 만화 속 주인공은 모두 순수하고 맑아서 좋다. 과거에 대한 트라우마는 있을지언정 본성은 정말 선하디 선하다. 요즘 가장 찾기 힘든 사람이 바로 이런 선한 사람들인데. 읽다 보면 속세에 한껏 찌들어있던 내가 정화되는 기분.

특히 여주인공 수지쌤과 체육 담당 하늘쌤은, 자기 일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갖고 있는 캐릭터인데 옆에 있는 ‘지칠 대로 지치고 닳을 대로 닳은’ 기성세대 캐릭터들이 매 화 등장해서 기를 죽인다. 어차피 기간제 교사인데 참 열심히도 한다. 그 시간에 임용고시 공부를 더 열심히 할 것이지. 체육은 수업하기 참 편하겠다. 솔직히 날로 먹는 거 같다 등등⋯. 자기한텐 없는 열정과 꿈을 가지고 있으니까 부러워서 저러는 거지. 그래봤자 한때다 젊어서 그런 거다 하고 깔아뭉개야 자기가 자괴감이 덜 드니까. 어휴 진짜 못났다.

주인공들이 어떻게 이 태평양 같은 오지랖을 잘 물리쳐서 살아갈지 기대 중이다.

네이버웹툰, 『진눈깨비 소년』

준비가 다 된 다음 시작하고 싶다. 절대 지지 않을 실력과 자신감과 연륜을 모두 갖춘 다음 도전하고 싶다. 하지만 사실 그런 순간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 불안을 멈추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면 기회는 지나가 있을 것이다. 그럼 기껏해야 ‘아쉽지만 괜찮아. 다음에 또 좋은 기회가 오면 도전하면 돼. 그전까지 나를 단련시키면 돼’ 라며 별 일 아니었다는 듯 모두를 속이고 자기 자신도 속이겠지.

썩 예쁘고 착한 친구는 아니지만, 불안이야말로 나를 움직이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