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ove you more than you'll ever know
2000년대 제이팝의 3대 여왕으로 불렸던 아무로 나미에, 하마사키 아유미, 우타다 히카루를 셋 다 좋아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는 비행기 안에서 좌석에 딸린 조그마한 스크린으로 아무로 나미에의 Fast Car 를 들으며 한참을 쿵짝쿵짝 했었다. 평소 JPOP 취향과는 거리가 먼 곡인데 그땐 왜 그렇게 좋아했던지.
그리고 2021년에 이르면, 아련하고 가련하고 저 멀리서 불꽃놀이가 펑 올라올 것만 같던 제이팝 발라드의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고 할 수 있다. 아무로 나미에는 몇 년 전 데뷔 25주년을 맞아 공식 은퇴 선언을 했다. 하마사키 아유미는 지금도 신곡을 내지만 시대를 상징하는 아이콘과는 많이 멀어졌다. 남은 한 사람만이 여전히 퀸의 자리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어제는 우타다 히카루의 신곡 “One Last Kiss”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고, 이 곡은 95년에 TV 시리즈 첫 방영을 시작해 어제(!) 극장판 최종 완결을 맺은 에반게리온 시리즈의 종지부로 쓰였다.
에반게리온에 워낙 깊게 빠져 있었어서 이게 마침표를 찍었다는 것만으로도 (아직 영화를 못 봤는데도) 이미 기쁜데 여기에 우타다 히카루도 같이 포함되어 있다는 게 나를 아주 벅차게 한다. 이전 시리즈에 OST 로 삽입되었던 사쿠라 나가시나 Beautiful World 같은 곡을 듣고 있으면, 우타다 히카루의 목소리 없이 에반게리온을 얘기하는 게 이젠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나온 One Last Kiss 도 얼른 극장에서 큰 화면 보면서 듣고 싶다. 어찌나 반복재생을 열심히 했는지 벌써 가사를 외울 것 같다…